'9회 악몽' 떨친 LG 고우석 "내가 감독이라면 나 기용 안했을 것"

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9회초 2사 2,3루 위기에서 LG 마무리 투수 고우석이 키움 김혜성을 플라이 아웃시킨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LG 트윈스 고우석이 마침내 9회 악몽을 지워냈다.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지만 벼랑 끝에 몰렸던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LG는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2019 KBO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에서 4-2로 역전승을 거뒀다. 2연패로 가을야구 마감 위기까지 내몰렸던 LG는 시리즈 전적 1승 2패를 만들고 승부를 4차전으로 몰고 갔다.

고우석도 조금이나마 마음의 짐을 덜었다. 고우석은 1차전에서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9회말 마운드에 올랐지만 공 1개만 던지고 박병호에게 끝내기 홈런을 허용해 고개를 떨궜다.

2차전은 더욱 아쉬웠다. 팀이 4-3으로 앞선 상황에서 팀 승리를 지킨 수호신으로 나섰다. 그러나 결과는 최악. 선두타자 송성문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그리고 2사 3루에서 서건창에게 동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이후 이정후에게 안타, 제리 샌즈에게 볼넷을 내주고 만루 위기를 맞이하고 마운드를 송은범에게 넘겼다.

LG는 결국 연장 10회말 1사 3루에서 주효상의 끝내기 땅볼로 2연패를 당했다. 가장 믿었던 마무리가 무너진 LG에는 더욱 뼈아픈 패배였다.

고우석은 절치부심했다.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결과는 달랐다.

고우석은 이날 팀이 4-2로 앞선 9회말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류중일 감독은 고우석을 믿었다.

고우석은 선두타자 김하성에게 볼넷을 내준 데 이어 송성문의 타석 때 몸에 맞는 볼까지 나오며 무사 1, 2루에 몰렸다. 악몽이 다시 떠오르는 순간이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았다. 이지영의 희생번트로 아웃 카운트 1개와 주자들의 진루를 맞바꾼 고우석은 대타 박동원을 중견수 직선타, 김혜성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경기의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를 마친 고우석은 "앞선 두 경기를 모두 패했기 때문에 팀에 미안함이 컸다"면서 "그래도 나를 믿는 사람이 많다고 느꼈다. 내가 해야 할 것만 집중하자고 생각하며 경기에 임했다. 팬들이 많이 찾아와서 기분이 좋았다. 꼭 이기고 싶었다"리고 밝혔다.

감독의 믿음에 부응할 수 있어 더 좋았던 고우석이다. 그는 "감독님께 너무 감사하다. 제가 감독이었으면 저를 9회에 올리지 않았을 것이다. 정우영의 컨디션이 좋았기 때문에 끝까지 밀고 갔을 것"이라며 "감독님이 '9회에 나간다. 네가 막고 오라'고 얘기했다"라고 전했다.

물론 과정은 본인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고우석은 "첫 타자부터 스트라이크처럼 보이는 공이 볼 판정을 받으니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바로 몸에 맞는 공이 나오면서 '야구는 쉽지 않구나'라고 느꼈다"며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아웃 카운트 하나씩 늘리자고 다짐했다. 운이 잘 따라줬다"라고 설명했다.

자신감을 되찾은 것이 가장 큰 변화다. 고우석은 "오늘 경기를 통해 안 좋은 기운을 떨쳐낼 수 있었다. 기분이 너무 좋다. 경기에 나설 때 제 생각대로 해보고 싶은 마음에 플랜을 짰는데 플랜대로 이겨내니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며 "겸허한 마음으로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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