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에도…'소녀상' 보러 나고야 가는 日시민들

日서 전시 재개된 평화의 소녀상 관람에 700여명 신청…23대1 경쟁률
관객들 소녀상 옆에 앉아보며 의미 새겨…불상사 없이 차분한 진행
"늦게라도 재개돼 기뻐"…"소녀상 작품이 불쾌하다는 건 말도 안 돼"

"소녀상 전시를 막는 것은 피해자를 두 번 가해하는 것입니다.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이 가장 걱정입니다."

8일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재개된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의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 전시장에서 만난 20대 여성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학원생으로 도쿄에서 전시를 보러 나고야까지 왔다는 그는 "일본에서 이렇게 단일 미술 작품에 대해 공격이 거센 적은 없었다"며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만큼 직접 와서 보고 싶어서 전시장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이날 사흘간의 짧은 전시 뒤 지난 8월 4일부터 전시를 중단했던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不自由展)·그 후'의 전시를 두달여만에 재개했다.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의 전시를 문제 삼은 일본 정부의 압박과 극우들의 협박에 전시를 접었다가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자 다시 전시를 재개했지만, 하루 2회에 걸쳐 1회당 30명에 한해 공개됐고 그것도 사진과 동영상 촬영 금지와 가이드 동행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트리엔날레 측이 관람 인원을 소수로 제한했지만, 이날 관람을 신청한 사람은 회당 약 700명에 달했다. 1회 째 709명, 2회째 649명이 관람을 신청했는데 중복 신청을 고려하면 1천여명은 관람을 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최 측은 번호표를 나눠준 뒤 추첨을 거쳐 관람자를 정했는데, 번호표를 받으려고 늘어선 줄은 건물 2개층의 원형 복도를 두를 정도로 길었다.

관람자로 뽑힐 확률은 23대 1. 기자와 대화를 나눈 20대 여성은 아쉽게도 추첨에서 떨어져 위안부 소녀상을 보지 못했다.


주최 측은 이날 우익들의 공격으로 불상사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전시장의 경비를 대거 강화했다.

소녀상 전시 당시 트리엔날레 측에는 무려 770건의 협박 이메일이 쇄도했다. 우익들은 교토(京都)에서 발생한 애니메이션센터 방화사건을 상기시키며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이겠다고 협박했다. 이들 중 일부는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경비 강화로 이날 관람객들은 소지품을 맡기고 금속탐지기 검사를 거친 뒤에야 전시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주최 측은 취재진에게도 전시장 내부 취재를 불허했으며 전시장 건물 내의 인터뷰까지도 금지했다.

관람을 마친 사람들에 따르면 이날 전시회장에서는 별다른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관람객들은 차분히 전시회장을 둘러봤고 일부는 소녀상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아보며 작품의 의미를 되새겼다.

전시를 관람한 오사카(大阪) 거주 회사원 다카히라 마사아키 씨는 "사진으로는 봤지만 직접 소녀상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일본의 우익들이나 일부 미디어는 소녀상을 반일(反日)의 상징인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피해자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만든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작품이 어떤 사람은 불쾌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오늘 소녀상을 보고 실제로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70세의 한 여성은 소녀상을 관람하고 나오며 "(전시 재개 기간인) 1주일이 짧지만 되도록 많은 분들이 와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늦게라도 짧지만 전시 재개를 이뤄냈다는 것이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소녀상 때문에 전시가 중단될 것은 생각도 못했다"며 "순식간에 이런(정부 압박 등으로 전시가 중단되는) 시대가 와 버렸다"고 한탄했다.

이번 전시를 응원하는 일본 시민들의 글이 빼곡하게 전시장 벽을 채운 가운데 소녀상 전시는 어렵게 재개됐지만, 전시 재개에 대한 극우 세력의 반발이 여전해 트리엔날레 폐막인 오는 14일까지 전시가 무사히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소녀상 전시에 반대해온 가와무라 다카시(河村たかし) 일본 나고야(名古屋) 시장은 이날 전시 재개에 반발하며 10분간 전시회장 앞에 앉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표현의 자유'의 이름을 빌려 여론을 폭력적으로 납치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아이치현청 앞 도로에도 앉아 시위를 벌이며 "아치치현 지사가 멋대로 전시를 재개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전시장 주변에는 일왕(천황)을 다룬 기획전의 다른 전시물을 비판하는 시위는 열렸지만, 소녀상을 공격하는 극우들의 집단 행동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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