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쇄 차량 화재로 곤욕을 치른 BMW는 빠른 리콜 진행과 고객 서비스 강화, 한국시장 투자 확대 등으로 완연한 회복세에 들어섰다. 판매량도 벤츠에 이은 부동의 2위를 유지하고 있고 3위와의 판매량 격차는 두배 이상까지 벌렸다. 벤츠와 BMW의 국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올해 9월 누적 기준으로 50%를 넘어섰다.
◇ "어차피 1위는 벤츠야"…수입차 시장이 좁은 벤츠
가장 최근인 9월 판매량은 충격적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인 쌍용차와 한국GM을 내수 판매량에서 제쳤다. 벤츠는 9월에만 7,707대를 팔아 쌍용차(7,275)와 한국GM(5,171대)을 따돌렸다.
특히 9월까지 누적 판매량으로 따져도 벤츠가 한국GM을 앞선다. 벤츠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총 5만 4,908대를 판매하며 5만 3,934대 판매에 그친 한국GM을 앞질렀다.
국내 완성차까지 위협하는 상황에서 벤츠의 수입차 시장 내 영향력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BMW와 1위 자리를 두고 각축전이 벌어졌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1위는 벤츠'라는 공식이 굳어졌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내내 판매량 1위를 차지한 벤츠의 국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9월까지 누적)은 32.86%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은 25.75%였다.
수입차 10대 중 3대는 벤츠인 상황이다. 벤츠의 독주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더 뉴 AMG GT 4도어 쿠페'가 출시됐고 이어 벤츠의 첫 순수전기차 'EQC'까지 판매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급속히 추락하고 있는 일본차 브랜드의 부진도 벤츠에게는 반사이익으로 작용하고 있다.
벤츠와 그나마 어느 정도 고급차 시장 지분을 나눠 갖던 렉서스는 일본제품 불매운동 이후로 판매량이 △ 7월 982대(3위), △ 8월 603대(6위), 9월 469대(8위)로 감소하며 판매량 상위권에서 이탈했다.
◇ 리콜과 한국 투자확대…BMW도 빠른 회복세
우선 화재 사고와 관련해선 현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BMW의 결함 은폐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지난 5월, BMW코리아 김효준 전 회장을 공개 소환해 조사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BMW도 자체적으로 한국 시장에서의 신뢰 회복을 위한 다양한 계획을 내놓으며 판매량을 회복하고 있다.
BMW는 앞서 '디젤게이트'를 일으킨 폭스바겐 등 다른 수입차 업체와 달리 상당히 빠른 속도로 리콜을 진행했다.
BMW는 사고 발생 1년 만에 문제가 됐던 배기가스 재순환장치와 흡기다기관 등의 리콜을 대부분 완료했다. 지난 8월 기준으로 △ 안전진단 이행률 99.2%와 △ 1차 리콜 이행률 97.7%, △ 2차 리콜 이행률 96.8%, △ 흡기다기관 리콜 이행률 93.5%를 달성했다.
정부가 제조사에게 리콜을 통상 18개월 안에 완료하도록 하는 점을 고려할 때 BMW의 리콜 진행 속도는 상당히 빠른 편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18개월 내 리콜 70% 이행도 빠른 편으로 간주하는 상황에서 BMW가 좋은 선례를 남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BMW는 지난 8월에는 "한국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고 싶다"며 한국 시장에 대한 신규 투자계획도 밝혔다.
BMW는 300억 원을 추가 투자해 현재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부품 물류센터를 확장한다. 현재도 BMW 해외 법인 중 세계 최대 규모(5만 7,000㎡)의 부품센터인 안성센터를 8만 8,000㎡ 규모로 확장하고 직원 100명을 신규 고용하기로 했다. 앞서 125억 원 투자를 결정했던 인천 BMW 드라이빙센터 확장 공사도 이달까지 최대한 마무리해 다양한 문화 행사를 열기로 약속했다.
결국 판매량도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판매량은 1월~3월 2,000대 수준에서 4월 3,000대 판매를 돌파한 뒤 꾸준히 3,000대 선을 유지하다 8월에는 4,291대를 판매해 판매량을 회복했다.
결국 BMW는 벤츠에 이어 올해 내내 판매량 2위를 지키며 '벤츠와 BMW 2강 체제'를 구축했다. 올해 9월까지 누적판매량 기준 벤츠와 BMW의 국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50.97%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