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중앙초등학교 학생들은 시간만 되면 주민들이 이용하는 동탄이음터를 찾는다. 이 가운데 누우며 책을 읽는 3층 도서관 열람실은 학생들의 선호 공간. 코딩 수업과 오락시설이 마련된 5층도 학생들이 자주 가는 장소다.
가는 길도 어렵지 않다. 학교 내에 설치된 계단만 오르면 도서관 열람실 앞에 닿는다.
학교 부지에 지역 주민의 문화·복지·체육시설이 들어서는 '학교시설 복합화'로 교육청은 학교시설 건축·운영 예산을 줄이고 지방자치단체는 공공문화체육시설 부지확보 비용과 노력을 낮췄다.
교육청과 지자체가 서로 '윈윈'하는 효과를 본 것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서울 금호초등학교가 2001년 주차장을 이용해 학교시설 복합화 사업을 최초로 시작했다면 운동장 옆에 체육공원을 조성한 사례는 동탄중앙초등학교가 처음"이라며 "더 넓은 시설을 이용하도록 도와주니 주민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고 밝혔다.
안영길 동탄중앙초등학교 교장은 "갈등이 일어나면 학생들 스스로 풀어가는 '또래 조정'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인근 중·고등학생들이 이음터에 와서 초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멘토가 돼주고 있다"라며 "인근 지역 주민들이 모이고 서로를 알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교 폭력 및 비행 또한 낮아지는 것"이라며 강조했다.
안 교장은 이어 "아이들이 이음터로 가게 되면 시설, 도구 등 환경적인 면에서 아무래도 학교 시설보다 낫다"라며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신선함 또한 학교를 즐거운 장소가 되도록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아이들에게 '공간' 되돌려준 학교
공장에 둘러쌓인 어룡초등학교 주변에는 학생들을 위한 문화 시설이나 놀이 공간이 부족했다. 학교 창가 너머에 보이는 모습은 삭막한 공장 지붕 뿐.
이에 고심한 학교 측은 아이들에게 공간을 돌려주기로 한다. 창고에 쓰지 않은 책상과 의자를 꺼내 학교 곳곳에 배치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면서 학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공간을 연출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 결과, 이 학교 교실 한쪽에는 탁구, 배드민턴을 하는 곳이 생겼고 복도 중간에는 누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학교 안에 미끄럼틀을 타는 학생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오혜경 어룡초등학교 교장은 "아이들이 교실을 가장 좋아해 한다. 아이들이 집에 안 가서 선생님들이 오후에 일을 못 하겠다고 한다"라며 "공간 교실을 더 늘려달라는 요청이 있을 정도로 학부모 또한 만족해 한다"고 밝혔다.
◇ 교실 내 수업 3방향…발표에 아이들 자존감 '쑤욱'
왼쪽 벽에 설치된 화이트보드 앞에서 연극 수업이 진행되는가 하면, 중앙 벽에 걸린 TV로 시청각 수업이 이뤄진다. 오륵쪽 벽에 놓인 사물함 위에서 토론을 하는 수업도 있다. 교실 수업이 3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지난 2017년 서울특별시교육청 '꿈을 담은 교실'(꿈담교실)을 통해 달라진 교실 풍경이다.
리모델링된 교실에는 딱딱한 바닥 대신 푹신한 매트가 마련됐다. 학생들은 교실 안에서 실내화를 벗은 채 생활하며 바닥에 눕거나 뛰기도 한다.
"교실 안에서 언제든지 누울 수 있다", "공간이 넓어져서 사용하기 편하다" 등 학생들의 긍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변화된 공간은 수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강은영 문성초등학교 교사는 "교실 3방향으로 수업을 하게 되면서 발표 수업을 많이 하게 된다"라며 "이 효과로 아이들의 자존감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의사표현도 적극적이다"고 설명했다.
글 게재 순서 |
①우리나라 학교건물은 왜 교도소를 닮았을까 ②"학교 갇혀서 공부하는 곳 아냐" 지역과 함께하는 영국 학교 ③'낙오자는 없다'…건물에 교육철학 반영한 독일 ASW ④ "학교가 오고 싶어요"…비결은 '사용자 참여 설계' ⑤ "보이지 않는 공간, 폭력 부른다"…몰랐던 학교 공간들 ⑥ 해외 학교만 최고? 국내 학교도 모범 사례 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