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지 이탈 경찰관들은 뭐했나?…감사원 "승진 공부 추정" 주의 요구

부산 일선 경찰서 경찰관 2명 무단 근무지 이탈, 감사원 지적
감사원 "SNS 대화 내용으로 미뤄 승진시험 공부한 것으로 추정"
일선 경찰관들 "업무 시간 중 승진시험 공부 관행 여전"

부산경찰청. (사진=자료사진)
부산의 한 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절차를 지키지 않은 채 근무시간 중 근무지를 수차례 이탈해 감사원으로부터 주의 요구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감사원은 주위 정황 등을 살펴볼 때 이들 경찰관이 근무지 밖에서 승진시험 공부를 한 것으로 추정했는데,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근무 중 시험공부가 공공연한 비밀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모 경찰서 경찰관 2명 근무지 이탈...감사원 "승진 시험 공부 추정" 주의 요구

감사원은 지난 3월 부산 모 경찰서 소속 학교전담경찰관 A와 B 순경에 대해 근무지 무단이탈을 이유로 감사를 벌였다.

감사 결과, 이들은 지난 2017년 12월 출장 허가권자인 과장의 허가 없이 모두 8일에 걸쳐 근무지를 이탈한 사실이 확인됐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공무원은 소속 상관의 허가 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직장을 이탈하지 못한다.

이들은 가출청소년을 찾기 위해 상관인 C 계장에게 구두보고를 한 뒤 잠복근무와 학교 방문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감사원에 따르면 출장 허가 권한은 계장이 아닌 과장에 있으며, 이들 순경은 과장으로부터 출장 사후승인을 받지도 않았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칙은 공무원 출장 시 기관장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으며, 같은 시 안에서의 출장 때는 서면으로 기관장 사전·사후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A 순경 등은 범죄혐의를 인지하고 잠복근무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내사착수보고나 범죄인지보고 등 공무를 수행했다는 사실이 입증되는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

감사원은 해당 기간 중 부서 SNS 대화방에서 동료 경찰관이 A순경 등에게 "공부하는데 방해될까봐 답글 안 달았다"고 언급한 내용 등을 근거로 이들이 근무지를 이탈해 승진시험 공부를 한 것으로 추정했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해당 경찰서 서장에게 복무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통보하는 한편, A 순경 등 관련자에게 주의를 요구했다.

감사 결과에 대해 A 순경 등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A 순경은 "이듬해 승진 가능성이 커 따로 공부를 안 해도 되는 상황이었으며, 실제로 시험이 아닌 심사로 승진했다"면서 "바빠서 출장 신청을 못 한 것인데 억울하다"고 말했다.

B 순경도 "당시 발령받은 지 몇 개월 되지 않아 승진시험 공부를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감사원으로부터 감사 결과를 통보받은 부산경찰청은 해당 경찰관들의 관할서에 내용을 통보해 이들을 주의 처분했다.

◇일선 경찰관들 "승진 시험 앞두고 업무 중 공부는 공공연한 비밀"

한편, 경찰관들의 업무 시간 중 승진시험 공부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찰은 경정 이하 직원을 대상으로 매년 1월 한 차례 승진시험을 치르는데, 일선 서에서는 근무시간 중에 수험서를 펴놓거나 인터넷 강의를 듣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심지어 공부하기 위해 근무시간에 비교적 짬을 내기 쉬운 112상황실이나 기동대 등을 선호하며, 상관에게 높은 인사고과를 달라고 미리 요구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일선서 경찰관은 "계·과장 등 상관에게 미리 공부한다고 인사고과를 좀 잘 달라고 사전에 말하기도 한다"면서, "상관 입장에서는 시험을 친다는 데 고과를 엉망으로 주면 앞길 막는 것처럼 보이니까 신경 써주는 편"이라고 털어놨다.

'경찰(警察)'이라는 단어는 경계하고(警, 경계할 경) 살핀다(察, 살필 찰)는 뜻이다.

시민 안전과 재산 보호를 위해 항상 주위를 경계하고 살펴야 할 경찰이, 개인 승진을 위해 수험서만 살핀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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