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준영(변호사)
10번에 걸친 화성 연쇄 살인 사건. 그중에서 유일하게 범인이 잡혔던 게 8차 사건이죠. 그 범인은 19년 옥살이하고 가석방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춘재가, ‘8차 사건도 내가 저질렀다.’ 이렇게 자백을 하면서 지금 상황이 복잡하게 꼬이고 있습니다.
어제는 저희가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윤 씨하고 2003년에 옥중 인터뷰했던 기자 이야기를 전해 드렸죠. 그 기자에게 윤 씨는 ‘억울하다, 나 무죄다. 돈도 없고 백도 없어서 하소연할 데가 없었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에게 맞아 허위 자백했다.’ 이렇게 털어놨다는 내용, 저희가 전해 드렸는데요.
그렇다면 이게 경찰 수사가 잘못됐던 건 아닌가. 그러면 19년 옥살이한 그 사람은 어떻게 되는 건가. 하지만 공소 시효 끝났는데 이제 와서 뭘 더 어떻게 하겠는가.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그래서 연결합니다. 재심 전문 변호사죠. 박준영 변호사 지금 연결이 돼 있습니다. 박 변호사님, 나와 계세요?
◆ 박준영> 안녕하세요.
◆ 박준영> 저도 명확하게 이거다라고 얘기하긴 어렵지만 상당히 의미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상당히 의미 있는 상황이란?
◆ 박준영> 왜냐하면 이춘재의 자백이 공권적인 조사 과정. 그러니까 경찰의 조사 과정에서 나왔고 또 온 국민의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경찰이 이미 형이 확정된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백을 유도했을 리는 없거든요?
◇ 김현정> 없죠.
◆ 박준영> 그리고 또 이 자백이 굉장히 구체적이고 믿을 만하기 때문에 검증을 하고 있다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뭔가 범인만이 알 수 있는 정보에 대한 얘기를 이춘재가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 김현정> 아,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이상의, 이춘재가 ‘8차 내가 했소’ 정도가 아니라 거기에 덧붙여서 뭔가 의미심장한 얘기들을 경찰에게 분명히 더 했을 거다?
◆ 박준영> 단순히 강간하고 살인했다라는 그런 막연하고 추상적인 얘기로 끝난 게 아니라 뭔가 범인만이 알 수 있는, 그 사건의 정보에 대한 얘기를 했으니까 이 자백을 한번 검증을 해 보겠다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경찰이 지금 다시 보겠다고 한 것 같다. 그렇군요. 8차 사건 윤 씨 판결문을 잘 보니까요. 1심에서는 윤 씨가 죄를 인정했어요. ‘내가 신체 장애를 가지고 있던 중에 놀림을 받고 해서 그런 범행을 저질렀다.’ 이렇게 진술을 했기 때문에 무기징역이 났는데 2심으로 가면서부터 무죄를 주장합니다.
◆ 박준영> 맞습니다.
◇ 김현정> 심지어 2심의 항소 이유로 ‘가혹 행위에 의한 허위 자백’ 이렇게 썼어요.
◆ 박준영>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재판부가 이거 기각했거든요. 그러면 재판부가 기각을 한 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 박준영> 일단은 1심.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고문이나 가혹 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검찰 단계에서는 자백을 할 수 있지만 법정에서까지 자백을 한 거. 이것에 굉장히 의미를 부여한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당시에 자백 내용이 담긴 조서가 사건의 정보, 객관적인 정보와 많이 일치한다라는 내용을 항소심에서 판결했거든요. 그런데 이건 굉장히 위험한 것이, 왜냐하면 자백이 얼마든지 고문 과정에서 사건에 맞게끔 꾸며졌을 수 있다라는 건 지금 여러 재심 사건을 통해서 충분히 알 수 있거든요.
◇ 김현정> 경찰의 가혹 행위에 의해서 허위 자백했다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윤 씨 같은 경우는 그러면 왜 1심 때는 왜 그걸 나 맞아서 그랬어요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이게 궁금해서요.
◆ 박준영> 국선 사건, 국선 변호인이 관여가 된 것 같습니다. 이 판결문에 보면 1, 2심 다 국선 변호인이었거든요. 3심에는 국선이 사실 명확히 표현이 안 돼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 된 조력을 못 받았기 때문에. 그러다 보니까 이렇게 자포자기 상태에서 자백을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 김현정> 자포자기 상태. 그럼 2심에서는 왜 또 같은 국선 변호인인데 마음을 바꿨을까요.
◆ 박준영> 그건 이분의 얘기를 들어봐야겠는데요. 그런데 제가 정확하게 말씀을 드리기는 어렵지만 무기 징역이라는, 본인이 하지도 않은 범행에 대한 어떤 결과가 딱 드러난 상황에서는 ‘이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억울하다는 주장을 해야겠구나. 그리고 뭔가 주변에 어떤 얘기도 있었을 것 같기도 하고. 정확하게는 지금 뭐라고 얘기하기는 어렵습니다.
◇ 김현정> 자백 이외의 증거들. 체모에서 발견된 티타늄 성분이라든지 또 족적이 비슷했다는 거. 혈액형 이런 증거들은 그럼 어떻게 보세요?
◆ 박준영> 일단은 제가 기록을 보지 않은 상황에서 이 증거의 의미를 쉽게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다만 2심에서 무죄를 주장했거든요. 무죄를 주장했는데도 불구하고 법원에서 이걸 배척했는데 배척한 이유를 보면 이런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증거를 우선시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일단 자백 내용이 구체적이다, 라는 걸 가장 의미 있게 받아보고 있었거든요.
◆ 박준영> 맞습니다. 물론 자백을 했다 하더라도 다른 중요한 증거가 객관적인 증거고 과학적인 증거라면 그걸 의미 있게 판결문에 담는데 판결문에 그걸 의미 있게 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여러 전문가들 얘기에 의하면 방사선 동위원소 이런 감정 결과라는 것이 어떤 범인을 좁혀갈 수 있지만 특정짓기는 무리가 있다라고 얘기하고 있고 그 혈액형 감정도 실제와 다를 수 있다라는 얘기는 얼마든지 나오고 있거든요. 그리고 감정물이 뭐였는지도 중요한 부분이고. 그런데 이건 과학적인 증거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고 보긴 어렵고 자백이 의미 있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결국 자백이었다. 알겠습니다. 아직 어떤 것도 100% 확신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 그렇지만 적어도 이춘재의 유죄 자백이 나왔고 19년 옥살이한 윤 씨가 무죄라는 주장을 일관되게 해 왔고 이런 상황이라면 둘이 아귀가 맞아떨어진 상황이 되니까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거거든요. 그런 상황이 돼버렸거든요?
◆ 박준영> 저도 그렇게 봅니다.
◇ 김현정> 그렇죠? 그런데 공소 시효 끝났어요. 기소하고 재판하고 처벌하고 이런 거 못 해요. 그러면 지금 해 볼 수 있는 게 뭡니까, 박 변호사님?
◆ 박준영> 재심은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공소 시효가 지났다고 하더라도. 물론 공소 시효가 지나서 진범을 처벌할 수 없기 때문에 정의를 완벽하게 실현하기는 어렵지만 억울하게 옥살이하신 분이 있다면 그분의 억울함은 풀어야 되거든요. 그러면 그 부분에 있어서의 우리 정의는 실현해야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3심까지 이미 다 끝난 것을 재심받으려면 어떤 요건 같은 게 있지 않아요?
◆ 박준영> 여러 가지 요건이 있죠. 먼저 이춘재의 자백은 이 사건에서 이 억울하게 옥살이 하셨다라고 주장하시는 분한테는 무죄를 입증한 새로운 증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게 아무리 진술 증거라 하더라도 이건 굉장히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또 이분이 그 당시부터 고문에 의한 가혹 행위를 당했다라고 주장을 했고 그 주장이 지금 일관되거든요. 이건 경찰의 직무상 범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도 재심 사유로 의미가 있거든요.
◇ 김현정> 그러니까 재심으로 갈 수 있는 요건들은 충분하다고 보시는 거군요.
◆ 박준영> 충분하다라고까지는 얘기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 상황이 의미 있게 조금 더 발전된다면 충분히 재심이 열려야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김현정> 재심이 열린다면 그러면 승소할 가능성까지 지금 판단이 가능한가요?
◆ 박준영> 네, 저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이게 진술 증거로, 자백으로 사실상 유죄를 선고한 사건인데 이 자백의 전제가 무너지는 거거든요. 첫 번째는 고문에 의한 가혹 행위다라는 걸로 무너지고 또 자백의 내용도 다른 지금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자백도 의미가 있는 상황에서.
◇ 김현정> 이춘재 자백의 등장.
◇ 김현정> 안 한 얘기를 한 걸로 조서가 꾸며지기도 했었다?
◆ 박준영> 얼마든지 자백은 당시 상황에 맞게끔 꾸며질 수가 있는 겁니다. 이 사건은 특히나 사건 발생 후에 한 10개월 정도 지난 후에 지금 수사가 이루어졌고 윤 모 씨가 잡힌 것 같거든요. 그러면 이미 객관적인 정보는 드러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런 것들, 이런 것들 다 모아보면 승소 가능성까지 지금 재심 전문 변호사, 박 변호사는 보고 계시는 건데 그런데 재심하려면 과거에 경찰 수사 기록이라든지 이런 거 다 확보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 박준영> 그게 관건입니다. 일반적으로 무기 징역이 확정된 사건 같은 경우도 20년 이상을 보전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이 사건 지금 1990년에 대법원에서 확정된 사건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우라고 한다면 기록이 폐기됐을 거예요.
◇ 김현정> 네.
◆ 박준영> 하지만 또 중요 사건이었기 때문에 영구 보전했을 수도 있고 또 화성 연쇄 살인 사건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또 어떤 형태로든 의미 있는 자료가 남아 있을 가능성도 꽤 있다고 봅니다.
◇ 김현정> 만약 없다면, 없다면 다른 방법은 뭐가 있습니까?
◆ 박준영> 만약에 없다면, 기록에 없다고 해서 재심이 안 되는 건 아닙니다. 일단은 이분이 수감 기록에도 사건 관련 자료가 있을 수 있는 거고 또 이분이 억울하다는 주장을 계속 해 왔기 때문에 본인이 보관하고 있는 또 자료가 있을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리고 판결문을 통해서 일반적인 사건 기록을 그래도 뭐 완벽하게 복원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그 당시에 어떤 증거가 있었을 것이다라는 추측은 가능하거든요.
◇ 김현정> 그리고 이춘재를 증인으로 부를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 박준영> 네, 맞습니다. 재심을 청구하고 또 재심 이전 단계. 재심을 청구한 이후에 재심 개시 여부를 판단하기 전에 법원에서 이춘재를 신문할 필요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박 변호사님, 아직 윤 씨가 자기 모습을 공개하고 인터뷰에 나서지는 않았습니다마는 혹시라도 윤 씨가, 지금 가석방된 윤 씨가 우리나라 최고의 재심 전문 변호사, 박준영 변호사한테 도움을 요청하면 조력을 하실 생각도 갖고 계세요?
◆ 박준영> 저는 개인적으로, 계속 지금 기자분들로부터 전화를 받고 있거든요.
◇ 김현정> 그러세요?
◆ 박준영> 이분이 도움을 요청한다면 제가 할 용의는 있다. 물론 많은 분들이 저한테 도움을 요청하는데 그런 사건들을 다 개인적인 역량으로 이유로 거부하면서 이 사건 왜 하냐라는 그런 비판은 있을 수 있습니다마는 이분이 요청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도울 수 있겠다. 그런 생각 갖고 있습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말씀 듣죠. 박 변호사님 고맙습니다.
◆ 박준영> 고맙습니다.
◇ 김현정> 박준영 변호사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