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수사 비협조에 경찰은 초유의 검찰청에 대한 강제수사를 연달아 시도했지만 다시 한번 검찰에 의해 무산되자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란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 서초경찰서는 해당 고소 사건과 관련해 최근 대검찰청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서울중앙지검에서 반려됐다.
검찰은 "강제수사에 착수할 정도로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영장을 꺾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서 검사 측은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서 검사의 고소대리인인 서기호 변호사는 전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영장 반려에 대해 "검찰이 그동안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해왔기 때문에 당연히 예상됐던 결과다"며 "한마디로 말해 자기 식구가 피의자이기 때문에 영장을 반려한 셈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서 검사와 검찰 간부의) 면담기록 등이 경찰 수사를 위해 다 필요한 자료들이다"며 "역으로 검찰이 경찰의 비위나 범죄를 수사한다면 악착같이 수사했을 것이고 당연히 자료협조도 됐을 것이다. 이 것이 바로 검찰개혁이 필요한 이유"라고 일갈했다.
실제로 경찰은 지난 5월 서 검사 측의 고소장을 접수한 뒤 약 5개월 동안 수사를 진행해왔지만 번번이 검찰의 비협조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수사가 제자리 걸음을 계속해왔다.
서 검사는 권모 당시 법무부 검찰과장에 대해 직무유기 혐의로, 문모 당시 법무부 대변인과 정모 서울지검 부장검사에 대해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권 전 과장은 서 검사의 성추행 피해가 있던 당시 법무부 검찰과장으로 있으면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 지시를 받고 서 검사를 면담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피소됐다. 문 전 대변인과 정 부장검사는 각각 언론 대응과 검찰 내부망 글을 통해 서 검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권 전 과장이 서 검사와 면담하고도 제대로 조치하지 않았는지 등을 수사하려면 당시 면담기록 등 검찰 내부자료가 필요하지만 검찰은 경찰이 세 차레에 걸쳐 요청했음에도 별다른 협조를 하지 않고 버텨왔다.
앞서 두 차례의 자료 요청 당시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모두 "관련 자료가 없다"며 법무부는 대검에, 대검은 법무부에 물으라는 식으로 자료 제출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대검찰청을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 신청이라는 강수까지 뒀지만 이마저도 검찰이 영장을 불청구하면서 무산됐다. 임은정 부장검사의 고발로 시작된 이른바 '고소장 바꿔치기' 사건과 관련 부산지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지난달 9일 반려된 지 약 한 달만이다.
경찰이 고심끝에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이 연달아 가로막히자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로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서울 시내의 한 간부급 경찰관은 "임은정 검사 고발건의 경우 검찰을 안 거치고 법원에 청구했으면 바로 발부됐을 사항이다"며 "경찰이 검찰을 수사할 수 있는 환경이 도저히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다른 경찰관도 "검사 관련 수사는 결국 법원까지 갈 기회조차 없는 것"이라며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면 검찰이 꺾고, 소환하려 하면 검사들은 경찰서에 오질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같은 구조 하에서는 검찰 비위에 대해서는 결국 검찰만이 수사하는 것이라는데 이를 신뢰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경찰은 두 사건 모두 검찰의 영장 반려사유에 대해 다시 살핀 뒤 영장 재신청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