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10년간 개봉한 영화 중 여성 감독의 작품이 얼마나 됐는지 따져봤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10년 평균을 내면 9.7%로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각 분야 스태프와 주연배우 성비도 남성 비율이 압도적이었다.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 임권택예술대학 609호에서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성평등소위원회(이하 성평등소위) 주최로 제2회 한국영화 성평등 정책 포럼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데이터로 본 한국영화 성평등 현황-한국영화 성평등 영화정책 연구' 중간발표가 있었다. 성평등소위 조혜영-김선아 위원이 발표를 맡았다.
연구팀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을 기준으로 삼아 △개봉 영화 스태프 성비 △국내 3대 국제영화제(부산·전주·부천) 공식 초청 한국 영화감독 성비 △전국 영화 관련 학교 입학생 및 교수 성비 △영화진흥위원회 지원 프로그램 감독 및 신청자 성비를 분석했다.
우선 최근 10년(2009~2018년) 개봉 영화 1433편의 남녀 스태프 성비 평균을 보면 의상과 분장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남성 비율이 높았다. 남성은 제작자 77.6%, 프로듀서 69.3%, 감독 88.5%, 각본 70.6%, 촬영 93.2%, 조명 97.3%, 편집 52.2%, 사운드 83.8%, 음악 76.1%, 미술 55.1%, 의상 12.2%, 분장 6.3%였다. 여성은 제작자 11.2%, 프로듀서 18.4%, 감독 9.7%, 각본 33.9%, 촬영 2.7%, 조명 1.8%, 편집 36.0%, 사운드 8.4%, 음악 16.3%, 미술 39.5%, 의상 83.1%, 분장 89.3%였다.
조 위원은 "조명 97.3%, 촬영 93.2%, 사운드 83.8% 등 흔히 기술 분야라고 하는 쪽이 남성이 많았다. '기술은 남성!'이라고 하는 일종의 고정관념이 강력히 작동되고 있다"며 "그동안 짐작해 온 것이 수치로 나온 건데, 이를 어떻게 변화하고 개선할 정책을 마련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10년 평균 감독 성비는 9:1 수준이었다. 2009년 85.8%로 시작한 남성 감독은 지난해 86.5%를 기록했다. 여성 감독은 2009년 13.2%로 시작했으나 지난해 12.3%로 오히려 10년 전보다 줄었다.
주연 배우의 경우 감독보다는 남초 현상이 덜했으나 10년 평균 6.6대 3.4 수준이었다. 남성 주연 배우는 65.1%, 71.5%, 70.4%, 67.5%, 71.4%, 64.0%, 64.1%, 59.3%, 68.2%, 62.2%였고, 여성 주연 배우는 34.9%, 28.5%, 29.6%, 32.5%, 28.6%, 36.0%, 35.9%, 40.7%, 31.8%, 37.8%였다. 성비 차이가 가장 낮았던 시기는 2016년으로 남녀 주연 비율이 각각 59.3%와 40.7%였다.
영화 교육 기관의 교수 성비를 따져보면, 전국 대학 연극영화학과 전임교수 중 여성은 29.1%였다. KAFA 전임교수 5명 중 여성은 한 명도 없어 0%였던 반면, KAFA 외부 강사는 33.3%였다. 영화진흥위원회 제작지원 성비는 극 장편인 경우 여성 27.4%, 남성 71.9%였다. 다만 다큐 장편은 여성 47.4%, 남성 50.9%로 차이가 크지 않았다.
연구팀은 스태프 성비 조사 시 기사·감독·실장·팀장급을 분석했다. 이에 관해 조 위원은 "이 부분은 서드, 세컨드 등 팀원이 포함되진 않았다"라며 "왜 이렇게 했냐면, 각 직종 책임급들 성비가 바뀌어야 밑 팀원들도 바뀌고 문화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개봉 영화 가운데 상영 횟수 40회를 못 채운 영화는 제외했다. 사실상 개봉이 목적이 아니라 IPTV용으로 제작된 작품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선아 위원은 '한국영화 성인지 분석모델'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흥행 50위 안에 든 영화 중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옴니버스를 제외한 총 468편을 전수조사했다. 이날은 주연 및 감독 성비, 여-여 주연과 남-남 주연 영화 비율, 주연 성별에 따른 연령 비율, 상위 5개 서사 동기, 벡델 테스트 및 다양성 테스트 통과 비율이 공개됐다.
2009년~2018년 흥행 50위 영화 중 여성 감독은 6.2%, 여성 주연은 24.4%에 불과했다. 여성-여성 주연작은 8.3%, 남성-남성 주연은 45.1%였다. 주연 성별에 따른 연령을 보면 여성은 20대가 40.1%로 가장 높았고 남성은 30대가 42.4%로 가장 높았다. 상위 5개 서사 동기의 경우 여성은 로맨스(21.7%)-가족(14.8%)-생계/생존(11.4%)-성공(10.9%)-모성/부성(8.6%)이었고 남성은 로맨스(18.6%)-성공(14.9%)-가족(11.9%)-수사(10.0%)-생계/생존(8.4%)이었다.
김 위원은 "여성 주연 영화는 (벡델 테스트 통과 비율이) 82.5%, 여성 감독 영화는 62.1%였다"라며 "50.6%이라고 하면 되게 높아 보이지 않나. 저희도 (조사하면서) 놀랐다. 하지만 벡델 테스트의 세 가지 질문을 상기하면 사회적 주체로서의 여성에게는 굉장히 기본적인 부분이다. 일상적으로 나누는 대화, 언어조차 가지지 못한 여성이 있어봤자 절반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연구팀이 고안한 다양성 테스트는 성적소수자(LGBTIQ), 장애인, 다양한 인종·종족·국가가 얼마나 등장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성적소수자가 나온 영화는 4.7%, 주인공인 영화는 1.9%였고, 장애인이 나온 영화는 17.9%, 주인공인 영화는 8.5%, 다양한 인종·종족·국가가 나온 영화는 34.6%, 주인공인 영화는 9.2%였다.
한편, 성평등소위는 지난해 8월 1기를 출범했고, 올해 8월부터 2기가 새로 꾸려지고 있다. 영화산업 내 성평등 기반을 조성하고, 성평등을 재현하는 한국영화 지원 정책을 개발하며, 성평등 및 다양한 소수자 집단 영화 정책을 자문하는 역할을 맡는다. 성평등소위는 그동안 △영진위의 지원 사업 심사관리 규정을 개정해 심사위원 성비를 5:5로 맞춘 것 △영진위 지원 사업 참여자의 성비 통계자료 제출 의무화를 이끌었고, 향후 KAFA에 여성 영화인에 특화된 프로그램을 신설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