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많은 국민들께서 의견을 표현하셨고, 온 사회가 경청하는 시간도 가진 만큼 이제 문제를 절차에 따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주시기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조국 법무장관과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검찰 개혁을 둘러싼 찬반 진영 논리가 서울 서초동과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우는 등 국론 분열 양상이 일어나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절차에 따라 해결해 나갈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달라'는 대통령 말씀은 법.제도적 부분은 법무부에서, (수사) 관행과 문화 바꾸는 것은 검찰에서 책임을 지고 개혁을 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핵심관계자는 "또 국회에서도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 등) 입법 관련 부분들을 절차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는 부분을 말씀하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은 "정치권에서도 산적한 국정과 민생 전반을 함께 살펴달라는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며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하나로 모아지는 국민의 뜻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 못지 않게 검찰개혁이 시급하고 절실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와 국회 모두 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국회는 공수처법과 수사권조정 법안 등 검찰개혁과 관련된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주시기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무부와 검찰도 엄정한 수사를 보장하는 한편 법 개정안 없이 할 수 있는 개혁에 대해서는 속도를 내주시기 바란다. 특히 검찰개혁에 있어 법무부와 검찰은 각자 역할이 다를 수는 있지만 크게 보면 한 몸이라는 사실을 특별히 유념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검찰개혁이라는 시급한 사안을 충실히 완수하겠다는 대통령 스스로의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동시에 법무부와 검찰이 개혁 주체임을 재차 일깨운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의 광화문광장 목소리를 "다양한 의견 속에서 하나로 모아지는 국민의 뜻은 검찰개혁"이라고 표한 부분도 눈에 띈다. 현재의 광장정치를 바라보는 문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국민의 의견이 결국 검찰개혁으로 모인다는 취지의 문 대통령 언급은 조국 장관에 대한 반대나 비판 집회에서도 검찰 개혁을 얘기한다고 대통령께서 받아들이는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러면 광화문 집회에 모이셨던 분들은 검찰개혁 필요성에 반대하는 것인가라고 오히려 제가 묻고 싶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에 대해서는 여타 여론조사들을 통해서도 과반이 넘는 수치로 찬성 의견이 나왔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대립의 골에 대해 우려하면서 지혜를 모아달라고 한 언급은 (서초동과 광화문 집회가) 과도한 세 대결 양상으로 가는 것에 대한 우려인가'라는 질문에는 "언론의 추론에 맡기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보여진 보혁(保革) 갈등을 대의 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직접 민주주의로 평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표출된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다"며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의견이 나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이를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특히 대의정치가 충분히 민의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 국민들이 직접 정치적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직접 민주주의 행위로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본다"며 "그런 측면에서 자신의 소중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직접 목소리를 내 주신 국민들께 감사드린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