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믿음에 100% 부응한 '박병호의 끝내기'

'4번 타자의 위용' 키움 박병호가 6일 LG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9회말 끝내기 홈런을 때려내고 있다.(사진=키움)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키움-LG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 경기 전 장정석 키움 감독은 팀의 주포 박병호(33)를 칭찬했다.

개인 기록보다 팀의 가을야구를 생각하는 마음씨가 고맙다는 것이다. 장 감독은 "박병호가 시즌 막판에도 손목이 좋지 않아 애를 먹었다"면서 "그러나 쉬게 하고 싶어도 대기록이 걸려 있어 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KBO 리그 최초의 6년 연속 100타점이다. 박병호는 33홈런으로 통산 5번째 타이틀을 확보했지만 98타점으로 대기록에 2개 모자랐다.

그런 박병호는 지난 1일 롯데와 정규리그 최종전에 앞서 장 감독을 찾아왔다. 출전하지 않겠다는 것. 장 감독은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고 박병호가 쉬겠다고 하더라"면서 "포스트시즌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정말 고맙더라"고 귀띔했다.

다만 박병호는 출전했다. 장 감독이 "거꾸로 박병호를 경기에 나가라고 달랬다"는 것. 결국 박병호는 타점을 올리지 못해 대기록은 무산됐지만 훈훈한 사제의 관계였다. 장 감독은 "박병호가 어제 가볍게 티배팅을 하고 오늘 타격 훈련을 했는데 몸이 가벼워 보인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런 박병호가 장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5전3승제 시리즈의 중요한 분수령이던 1차전에서 경기를 끝낸 것.

이날 경기는 팽팽한 투수전으로 흘렀다. 키움 선발 제이크 브리검은 6⅔이닝 6탈삼진 2피안타 2볼넷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올 시즌 13승5패 평균자책점(ERA) 2.96의 에이스다웠다. 이에 맞서는 LG 타일러 윌슨은 8이닝 동안 안타 8개와 볼넷 1개를 내줬으나 삼진 7개를 솎아내며 역시 무실점 호투했다. 시즌 14승7패 ERA 2.92의 성적은 명불허전이었다.

키움 타선은 경기 초반 득점이 번번이 무산됐다. 2회 제리 샌즈의 중전 안타와 희생번트, 이지영의 안타로 1사 1, 3루를 맞았지만 김규민의 삼진, 김혜성의 땅볼로 선취점에 실패했다. 4회도 1사 뒤 샌즈의 안타와 김웅빈의 2루타로 2, 3루 기회가 왔지만 이지영의 3루 땅볼과 김규민의 삼진이 나왔다. 8회는 1사에서 김하성이 볼넷으로 출루했으나 투수 견제에 횡사했다.

이런 답답했던 흐름을 박병호가 깼다. 박병호는 0 대 0으로 맞선 9회말 선두 타자로 나와 상대 마무리 고우석을 두들겼다. 시속 154km 가운데 높은 초구 속구를 통타, 그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경기를 끝낸 비거리 125m 끝내기 아치였다.

1 대 0 승리를 이끈 박병호는 당연히 경기 MVP에 올랐다. 경기 후 박병호는 "사실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감독님께 나가든, 안 나가든 말이 있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면서 "나가면 기록에 신경쓴다고, 안 나가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을 것 같아 결정을 내려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목은 치료를 받아 괜찮다"고 말하는 박병호에게 장정석 감독은 엄지를 치켜세웠다.

두 팀은 7일 오후 6시 30분부터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펼친다. 키움은 에릭 요키시가, LG는 차우찬이 좌완 선발 대결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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