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 "불출전 승리가 최선, 그러나 나가고 싶어요"

지난 3일 NC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는 LG 마무리 고우석.(사진=연합뉴스)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키움-LG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 경기 전 LG 마무리 고우석은 지난 3일 NC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때 긴장됐던 순간의 소회를 들려줬다.

당시 LG는 8회까지 3 대 1로 앞섰고, 9회 고우석이 승리를 지키기 위해 등판했다. 첫 타자 박민우를 2루 땅볼로 잡아내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박민우는 양의지에게 좌중간 안타를 내주며 흔들렸다. 이후 제이크 스몰린스키에게 볼넷을 내줬고, 설상가상으로 김태진의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되면서 1사 만루에 몰렸다. 다행히 고우석은 박석민과 노진혁을 연속으로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 경기를 마무리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고우석은 "사실 (적시타를) 맞을까 봐 마음이 불안했다"고 털어놨다. 그도 그럴 것이 고우석은 입단 3년차로 포스트시즌(PS) 등판이 처음이었다. 베테랑 선수들도 긴장하는 가을야구인데 첫 경기를 치르는 고우석이 떨리는 것은 당연했다.

흔들리던 고우석을 잡아준 것은 바로 팬들이었다. 당시 NC 응원석은 동점 및 역전 분위기에 들떠 치어리더의 율동에 맞춘 원정 팬들의 환호로 경기장을 메웠다. 이런 가운데 LG 팬들은 육성으로 고우석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스피커를 동원한 NC의 응원에 맞선 함성이었다.

결국 고우석은 힘으로 상대 타자들을 제압하고 첫 가을야구 세이브를 올렸다. 고우석은 "팬들이 내 이름을 연호하는 소리를 듣는 순간 가슴이 쩌릿쩌릿했다"면서 "정신적으로는 긴장을 계속했지만 몸의 긴장이 풀어졌다"고 회상했다. 이어 "마운드 위에 나 혼자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면서 "팬들의 응원을 한 몸에 받는 기분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모를 것"이라고 당시의 흥분됐던 감정을 귀띔했다.

그 경기가 큰 힘이 됐다. 고우석은 "사실 내가 나가지 않고 팀이 이기는 게 가장 좋다"면서도 "하지만 한번 가을야구에 등판하니 또 나가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이어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경험한 게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최일언 투수코치의 조언도 빼놓을 수 없다. 고우석은 "당시 코치님이 마운드에 올라오셨는데 '맞으면 지는 것밖에 없다'고 하시더라"면서 "당연한 말인데 들으니 피식 웃음이 났고, 그때 긴장도 풀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코치님이 항상 마운드에 오시면 맞는 말만 하시는데 웃음이 난다"고 덧붙였다.

입단 3년 만에 팀의 마무리 중책을 맡은 고우석. 21살 청년의 가을야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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