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은 이렇다. 올해 손목 부상으로 고전했던 박병호는 시즌 막판에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때문에 장 감독은 박병호에게 주사 치료 등 회복할 시간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박병호는 대기록을 앞두고 있었다. 바로 KBO 리그 최초의 6년 연속 100타점이다. 이는 국민 타자 이승엽(은퇴)도 이루지 못한 금자탑이다. 때문에 박병호는 시즌 막판까지 기록에 도전했다.
장 감독은 "박병호가 마지막까지 손목 때문에 애를 먹었다"면서 "일단 주사는 맞았지만 빨리 끝나야 휴식을 취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워낙 대기록이라 신경이 쓰였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박병호가 지난 1일 롯데와 정규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장 감독에게 먼저 출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개인 기록보다는 가을야구를 위한 휴식과 회복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장 감독은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고 박병호가 쉬겠다고 하더라"면서 "포스트시즌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정말 고맙더라"고 귀띔했다.
반대로 장 감독이 박병호에게 출전하라고 설득했다. 장 감독은 "거꾸로 박병호를 경기에 나가라고 달랬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런 흐뭇한 사연에도 박병호는 아쉽게 100타점 고지를 밟지 못했다. 98타점으로 대기록 수립이 무산됐다. 박병호는 올해 부상 등으로 122경기만 치렀고, 33홈런으로 통산 5번째 타이틀을 수상한 데 만족해야 했다.
박병호는 이날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다. 장 감독은 "어제 티배팅을 하고 오늘은 타격 훈련까지 소화했다"면서 "몸이 가벼워 보인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과연 박병호가 팀의 중심타자답게 가을야구에서 활약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