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전 승리' KCC 전창진 감독 "설레고, 긴장해 잠도 못잤어요"

KCC 전창진 감독. (사진=KBL 제공)
"인터뷰가 굉장히 낯서네요."

1657일 만에 앉은 벤치. KCC 전창진 감독의 표정에 긴장과 설렘이 드러났다. 경기 전에도 "그냥 많이 설레고, 긴장도 된다"고 아직은 벤치에 앉는 것을 어색해했고,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도 "인터뷰가 굉장히 낯설다"고 말했다.

전창진 감독은 2015년 5월 불법 스포츠도박과 승부조작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 시작했고, 결국 시즌 시작 전인 8월 KGC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KBL은 전창진 감독에게 무기한 등록 자격 불허 징계를 내렸다.


2016년 9월 불법 스포츠도박과 승부조작에 대해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 이어 올해 6월 단순 도박 혐의도 무죄가 나왔다. KBL 징계가 풀렸고, KCC 지휘봉을 잡았다.

복귀전은 승리로 끝났다.

KCC는 5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시즌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홈 개막전에서 우승후보 SK를 99대96으로 격파했다. 전창진 감독으로서는 KT 감독이었던 2015년 3월1일 KCC전 승리 이후 1679일 만의 승리였다.

전창진 감독은 "다들 예상이 경기도 안 된다고 해 조금 속도 상했다. 전주에 내려오기 전 연습 경기를 통해 선수들이 많이 올라와 나 혼자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어린 선수들이 개막전에서 연습처럼 해줄 수 있을까 우려도 있었는데 말끔히 씻어줬다. 신장이 좋은 팀을 상대로 잘 극복하고 이겨줘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2002년 TG(현 DB) 감독대행으로 시작해 감독상을 5번이나 수상한 베테랑이지만, 잠도 제대로 못잘 정도로 긴장했다.

전창진 감독은 "어제부터 많이 긴장을 해 잠도 못 잤다. 새벽 5시에 일어나 혼자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그런데 힘들지 않았다. 보통 잠을 못자면 힘든데 오늘은 경기장에 와서도 힘든 생각이 안 들었다"고 웃었다.

강양택 코치의 도움도 컸다.

전창진 감독은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나왔다"면서 "당황하지 않은 것도 강양택 코치가 타이밍마다 옆에서 잘 이야기해줬기 때문이다. 나도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 긴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개막전부터 이변이었다. KCC는 외국인 선수 영입에 애를 먹었다. 1옵션으로 점찍은 제임스 메이스의 계약이 불발되면서 꼬였다. 리온 윌리엄스, 조이 도시 모두 공격력은 물음표다. SK전에서도 둘은 20점 합작에 그쳤다.

대신 국내 선수들이 날아다녔다. 전창진 감독은 선수 교체 때마다 벤치로 들어오는 선수들을 다독이며 힘을 실어줬다.

전창진 감독은 "김국찬이 갑자기 안 들어가던 3점이 들어가고, 수비를 못하는 유현준이 갑자기 수비를 잘하는 부분은 여름 내내 의지를 가지고 훈련한 덕분"이라면서 "앞으로 팀을 짊어질 선수들이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더 발전했으면 한다"고 칭찬했다.

이어 "뚜렷한 베스트 5가 없다는 걸 선수들도 안다. 이정현은 30분 이상 뛰게 할 마음이 없다. 송교창도 마찬가지"라면서 "훈련 열심히 하고, 요구하는 부분을 받아들이면 언제든지 마음껏 뛸 수 있다. 선수 몫이라고 했다. 보이지 않는 경쟁도 하고, 이렇게 하니 잘 되는 구나 느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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