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레슬링의 간판 류한수(31·삼성생명)가 5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남자 일반부 그레코로만형 67㎏급 준준결승에서 패한 뒤 한 말이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류한수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선수다.
그러나 최근 흐름이 좋지 않다. 지난달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8강에서 탈락했고, 이번 전국체전에서도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류한수를 인터뷰하기 전에 소속팀 삼성생명 관계자로부터 "목 디스크가 있어서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정작 류한수는 이에 대한 언급을 꺼렸다.
류한수는 "경기에서 패하고 부상 얘기를 하면 핑계밖에 안 되고 상대 선수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라며 "최선을 다했는데 제가 부족했다"고 좀처럼 몸 상태에 관해 얘기하지 않으려 했다.
결국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준비 과정을 알아보는 차원에서 드리는 질문'이라고 설명하고 나서야 그는 "오늘 상대한 선수가 기분 나빠하면 곤란한데…"라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류한수는 "목 디스크 때문에 신경이 좀 눌려 있다"며 "손이 저리고 어깨까지 상태가 안 좋아져서 세계선수권 때도 문제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도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몸컨디션이 나빴다는 것이다.
그는 11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일단 치료를 먼저 받는 것이 우선이라 대표팀 감독, 코치 선생님들과도 만나 뵙고 몸 상태에 대해 말씀을 드릴 계획"이라며 "고장 난 자동차를 서킷에 올려놔도 달리지 못하듯이 지금은 일단 타이어도 재정비하고 엔진도 한 번 보는 작업을 먼저 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세계선수권에서 2013년과 2017년 금메달을 획득한 세계 정상급 레슬러인 그는 "일단 부상만 잘 치료하면 올림픽에서도 충분히 해볼 만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류한수는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올림픽, 세계선수권, 유럽선수권 우승자들과 다 붙어봤는데 잡아보니까 할 만했다"며 "몸 상태가 좋고, 하고자 하는 마음도 간절하다면 이뤄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경기에 패하고도 인터뷰에 응해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자 "레슬링 저변 확대를 위해 이렇게 인터뷰해 주시면 제가 감사할 일"이라고 답한 류한수는 "믿고 기다려주시는 분들께 최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인터뷰를 마치면서도 행여나 이날 자신을 꺾은 노영훈(23·칠곡군청)이 기분 나빠할까 봐 "부상 핑계 대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라고 끝까지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 '외유내강' 류한수는 "조금 더 믿고 기다려주시면 금메달로 보답, 우리나라 레슬링 부활에도 힘을 보태고 싶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