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7년 첫 회를 시작으로 2012년 폐지될 때까지 무려 36년을 이어왔던 '대학가요제'는 그 자체로 대한민국 가요 변천사를 대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년 대학가요제 무대에 올랐던 경연자들은 실험정신이 깃든 남다른 곡들을 선보였다. 이들 노래는 당대 음악 트렌드를 선도하면서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
7년 만에 다시 태어나는 '2019 대학가요제' 본선 무대를 하루 앞두고 열린 전야제 행사가 관객들에게 특별한 시간여행을 선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나긴 대학가요제 역사만큼이나 켜켜이 쌓여 온 수많은 명곡들 덕에 추억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다시 꺼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 명곡 릴레이…"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간 느낌"
노래를 마친 세 사람은 함께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전했다. "여기 오신 분들에게 대학가요제는 추억이다"(이재성), "여느 무대에 선 것과 달리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간 느낌이다"(조갑경), "이 자리에서는 제가 막내인데, 내일 (본선 무대 수상자들이 나오면) 막내 자리를 내놓겠다"(전유나).
이어 세 사람은 대학가요제가 낳은 명곡 '젊은 연인들'과 '연극이 끝난 후'를 잇따라 합창했다. "함께하셔도 돼요"라는 조갑경의 말과 함께 관객들이 보내는 박수·환호도 커졌다.
"다정한 연인이 손에 손을 잡고/ 걸어가는 길/ 저기 멀리서 우리의 낙원이/ 손짓하며 우리를 부르네" - '젊은 연인들' 중에서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적이 있나요" - '연극이 끝난 후' 중에서
◇ 가수들 완숙미+현대적 재해석=세련미 갖춘 노래로
이날 무대는 대학가요제 출신 가수들이 각자 자신의 노래를 한 곡씩 부르고, 두세 명이 팀을 이뤄 대학가요제 역사를 수놓은 노래를 함께 부르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재성·조갑경·전유나 팀에 앞서 김장수와 우순실은 '바다에 누워' '그때 그 사람' '젊은 태양' '잃어버린 우산'을 차례로 불러 대학가요제의 역사성을 웅변했다.
세 번째 팀은 그룹 작품하나(공민수·김정아)와 이규석으로 꾸려졌다. 이들은 각자 히트곡 '난 아직도 널'(작품하나)과 '기차와 소나무'(이규석)를 부른 뒤, '눈물 한방울로 사랑은 시작되고' '꿈의 대화'를 통해 분위기를 달뤘다.
각각의 곡이 지닌 고유한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에 맞춰 변화를 준 편곡은 가수들의 완숙한 목소리와 만나 곡의 세련미를 더했다. 자녀를 동반하는 등 삼삼오오 현장을 찾은 관객들은, 소중한 추억을 선사해 준 가수들 면면을 휴대폰 사진이나 영상으로 담아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본선 무대…"개성 짖은 곡들"
이어 네 번째 팀이 선사한 노래는 차례로 '첫눈이 온다구요'(이정석), '이별여행'(원미연), '내가'(김학래)였다. 세 사람은 '바윗돌'과 '탈춤'으로 뛰어난 가창력을 과시하면서 하모니를 이어갔다.
이정석은 "예선 심사 때부터 참가자들을 만났는데, 참신하고 개성 짖은 곡들이 많아 감탄했다"며 "앞으로는 (대학가요제가) 중단 없이 영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2시간 동안 이어진 이날 '2019 대학가요제' 전야제는 가수 전원이 무대에 함께 올라 대미를 장식했다. 먼저 남자 가수 5명이 '그대 떠난 빈들에 서서'를 합창한 데 이어 여자 가수 6명이 '나 어떡해'를 열창했다. 끝으로 11명 가수 전원은 록밴드 마그마의 '해야'로 열광적인 무대의 정점을 찍었다.
이날 사회를 본 가수 이창민은 "노래가 나올 때마다 무대 뒤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 불렀다. 누구나 따라 부르며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대학가요제 노래의 매력"이라며 "내일(5일) 같은 시간(오후 7시), 같은 자리(일산 호수공원 '노래하는 분수대' 야외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본선 무대를 기대해 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