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한쪽에선 조국 법무부 장관이 버텨야 검찰 개혁이 완수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다른 쪽에선 퇴진 외에 타협책은 없다고 맞선다. 조 장관 임명 이후 이런 이분법적 프레임에 기반한 '강대강' 대치는 풀릴 기미가 없다.
그러나 두 사안은 반드시 양자택일의 문제일까. 광화문과 서초동, 광장에 나선 집회 참가자들의 목소리나, 여론조사 결과 중에선 '조 장관 수사는 원칙대로 이어가고, 검찰 개혁도 고삐를 늦추지 말라'는 요구도 적잖다. 진영논리를 피하다 갈 곳 잃은 중도층 표심을, 장차 어느 쪽에서 선제적으로 끌어안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5일 진보단체 주최로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촛불 집회에서는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뚜렷했다. 다만 주장이나 노선이 모두 같은 건 아니었다. 일각에서는 조 장관 관련 수사를 차분히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참가자 양모(62)씨는 우선 "지금까지 조 장관과 직접 관련된 범죄가 명확하게 나온 게 없지 않느냐"면서도 '조국 수호'라고 쓰인 손팻말을 가리키며 "만약 수사 결과 조 장관의 범죄가 확정되면 여기서 조국 이름을 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차분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천에서 온 박모(56)씨는 "검찰 개혁은 무조건 필요하다. 법에 맞게, 차별 않고 수사해야 한다"면서도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도 칼을 대야 한다는 것도 맞다"고 했다.
앞서 개천절이었던 지난 3일 서울 광화문에서 자유한국당과 보수단체 주도로 열린 집회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있었다. 한국당 지지자나 보수 세력으로 꼽혔던 이들뿐 아니라 침묵하던 일반인들도 상당수 모습을 드러내면서다. "진보 쪽과 편을 가르러 나온 게 아니다"라며 "검찰 개혁은 하면 좋은데 그걸 조국 옹호로 엮으려고 하니까 그게 잘못됐다는 걸 지적하러 경기 파주에서 나왔다"는 장양우(60)씨가 대표적이다.
물론 더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부정하고 사면을 요구(우리공화당)하는 비현실적 주장을, 누구는 문재인이 공산주의자(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라는 해묵은 색깔론을 폈다. 펜스로 둘러싸인 세월호 '기억공장'과 유가족을 향해 손가락질하고, 욕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극단적인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는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보수가 조 장관을 반대하고 진보가 검찰 개혁을 주장한다는 기존의 단순한 프레임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구도가 됐다. 두 집회 관련 기사에 '진영 대결로 보지 말라'는 댓글이 잇따르는 이유다. 또 그만큼 진영논리에서 벗어난 중도층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반면 여야는 한껏 달아오른 광장의 열기를 식힐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인다. 각자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일단 한국당은 이번 집회로 잔뜩 고무된 표정이다. 중도우파가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며 '물 들어온 김에 노 젓자'는 분위기다.
황교안 대표는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결단하지 않으면 이 싸움, 결코 멈추지 않겠다"며 "헌법이 명령한다. 국민들의 기대와 희망에 부응하기 위해 온 몸을 던지겠다"고 적었다.
이해찬 대표는 4일 "(한국당이) 각 지역위 별로 300명, 400명씩 동원했다"며 "공당에 이런 일이 나타나서야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집회에 참석한 한국당 의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거론한 걸 두고서는 "국가 원수에게 '제정신' 운운한 것은 아무리 정쟁에 눈이 어두워도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맹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바른미래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 등 다른 정당들도 당내 갈등으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정의당도 여론을 포용하지 못하는 상황.
그러는 동안 어느 정당도 명확히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이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앞으로 이들을 누가 껴안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