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발리뷰]'부상·기량 미달' 외국인 선수 고민에 빠진 V-리그

역대급 교체 행진, 시즌 준비 어쩌나
V-리그 쉽게 생각하는 선수들의 시선도 존재

[노컷발리뷰]는 배구(Volleyball)를 가까이서 지켜보는 CBS노컷뉴스의 시선(View)이라는 의미입니다. 동시에 발로 뛰었던 배구의 여러 현장을 다시 본다(Review)는 의미도 담았습니다. 코트 안팎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배구 이야기를 [노컷발리뷰]를 통해 전달하겠습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정규시즌 개막을 준비하는 V-리그 팀들이 외국인 선수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선수들의 부상과 기량 미달로 인해 잦은 교체가 발생하면서 시즌 준비에 차질이 생겼다.

그야말로 역대급 교체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먼저 한국을 떠난 선수는 리버만 아가메즈다. 지난 시즌 우리카드 소속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창단 첫 봄 배구 진출을 일궈낸 아가메즈는 재계약을 맺으며 2019-2020시즌의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8월 우리카드에 합류해 시즌 준비에 돌입했지만 허리 부상으로 인해 결국 우리카드와 작별했다.

우리카드는 이후 제이크 랭글로이스를 데려왔지만 기량 미달로 인해 또다시 교체를 단행했고 한국전력과 KB손해보험에서 활약하며 V-리그에서 기량을 검증받은 펠리페 안톤 반데로와 함께 다가올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삼성화재 역시 외국인 선수로 인해 골치가 아프다. 삼성화재는 지난 5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조셉 노먼을 깜짝 지명했다. 그러나 노먼은 부상으로 제대로 된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고 결국 한국을 떠나게 됐다. 사실상 기량 미달로 인한 교체다.

삼성화재는 이후 새로운 선수로 이탈리아 출신 안드레아 산탄젤로를 데려왔지만 발목 부상으로 인해 노먼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훈련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KB손해보험도 머리가 복잡해졌다. 마이클 산체스가 어깨 부상으로 인해 사실상 V-리그 출전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KB손해보험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3순위 지명권을 받아 초청 선수 30명 가운데 전체 1순위 추천을 받았던 산체스를 선택했다.

2013-2014시즌부터 3년 연속 대한항공 소속으로 V-리그를 경험한 산체스는 이미 검증된 자원이기에 KB손해보험의 비상을 이끌 선수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산체스는 지난 30일 우리카드와의 컵 대회에 앞서 훈련 도중 부상을 입었고 정밀 검사 결과 회전근이 다친 것으로 드러났다. 단순 재활이 아닌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라 대체 선수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KB손해보험이다.

이미 지난 시즌 중 재계약을 맺었던 알렉스의 부상 이탈로 펠리페를 데려와 남은 시즌을 치렀던 KB손해보험으로서는 두 시즌 연속 외국인 선수 부상으로 최악을 경험하게 됐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여자부 역시 교체의 바람을 피해가지 못했다.

흥국생명은 훈련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지울라 파스구치와 결별하고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루시아 프레스코를 데려왔다. 부상이 아닌 기량 미달이 이유다.

외국인 선수와 재계약을 맺은 현대건설과 IBK기업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구단들도 드래프트 이후 교체를 고민할 정도로 앞선 시즌들과 달리 선수들의 기량에 만족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선수의 기량이 점차 떨어지는 것은 트라이아웃 제도에 대한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A 지도자는 "트라이아웃으로 인해 FA 계약 시절보다 선수들의 몸값이 안정화가 된 부분은 긍정적이다. 과거에는 너무 천정부지로 치솟는 문제가 적잖았다"라면서도 "하지만 점차 실력 있는 선수들의 참가는 줄고 연봉에 걸맞지 않은 실력의 선수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시간이 더 지나면 5만 달러 정도가 적당한 선수를 고액을 들여 데려와야 하는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구단을 위한 장치도 너무 허술하다. 현재 V-리그 외국인 선수의 연봉은 남자부의 경우 30만 달러(재계약 선수 35만 달러), 여자부는 15만 달러(재계약 선수 25만 달러)다. 구단은 이를 8개월로 나눠 선수들에게 지급한다. 또 이와 별개로 구단마다 정해진 출전 및 승리 수당도 주어진다. 이 금액 역시 절대 적지 않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선수들은 시즌 개막전 부상으로 인해 실전 경기에 단 한 차례 나서지 않더라도 적잖은 돈을 받고 한국을 떠날 수 있다. 각 구단은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에 체류한 기간을 일수까지 챙겨가며 연봉을 지급한다. 경기에 뛰지 않았다면 정상 급여가 아닌 구단의 부담을 덜어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V-리그의 처우가 좋다 보니 이를 악용하는 선수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V-리그 구단은 외국인 선수를 위해 비행편은 물론이고 숙소 등 한국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상당 부분을 지원한다. 선수 가족의 비행편과 여행 등도 구단이 모두 부담한다. 다른 리그에서는 볼 수 없는 최상의 복지다. 해외에서는 빈번한 임금 체불 역시 한국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러한 내용이 국제 배구계에도 퍼지면서 선수들 사이에서 한국만 간다면 한몫 두둑이 챙겨 올 수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는 후문이다.

역대급 외국인 선수 교체로 제도 개선 문제까지 수면위로 떠오른 V-리그. 13개 구단과 한국배구연맹(KOVO)이 함께 지혜를 모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