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부문 타이틀 홀더의 기록을 봐도 알 수 있다. 일단 투수들의 지표가 나아졌다. 평균자책점(ERA) 1위에 오른 KIA 양현종은 2.29를 기록했는데 타고투저가 시작된 2014년 이후 가장 낮았다. 양현종은 2015년 2.44에 이어 4년 만에 ERA 1위에 올랐다.
2점대 ERA 선수도 7명이나 됐다. 이는 9명의 2점대 ERA 투수들이 나왔던 2006년 이후 최다 기록이다. 그만큼 투수들이 타자들을 압도했다는 뜻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공인구의 반발계수를 조정했다. 비정상적으로 기승을 부린 타고투저 현상을 바로잡고 국제대회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였다. 0.4134∼0.4374에서 0.4034∼0.4234로 조정했는데 계산 상으로 타구의 비거리가 4~5m 정도 주는 효과가 기대됐다.
결국 투타에서 지난해와 완전 다른 수치가 나왔다. 리그 전체 ERA는 4.17로 지난해보다 무려 1점이나 줄었다. 전체 타율도 2할6푼7리로 지난해 2할8푼6리보다 2푼 가까이 떨어졌다. 전체 홈런도 1756개에서 1014개로 40% 이상 줄었다.
올해 홈런왕은 박병호(키움)가 차지했는데 33개였다. 지난해까지 최근 5년 동안 홈런왕은 모두 40개 이상이었다. 특히 박병호는 4년 연속 홈런왕에 오른 2015년 이후 4년 만에 5번째 타이틀을 차지했는데 홈런 수는 무려 20개나 줄었다.
이런 이유에선지 투타 14개 타이틀 홀더가 지난해와 비교해 모두 바뀌었다. 먼저 지난해 44개로 홈런왕이었던 김재환(두산)은 올해 15개에 그치는 등 달라진 공인구에 애를 먹었다. 김재환은 지난해 133타점으로 1위였으나 올해는 91개로 줄었고, 제리 샌즈(키움)가 113타점으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올해 20홈런을 친 양의지는 포수 특유의 노림수로 한 방보다는 정교한 타격을 바탕으로 장타율 타이틀까지 차지했다. 포수 타격왕은 1984년 이만수(당시 삼성)의 3할4푼 이후 35년 만이다. 두산을 떠나 4년 125억 원에 NC 유니폼을 입은 양의지는 팀을 가을야구로 이끄는 등 몸값을 해냈다.
득점 부문은 김하성(키움)이 112개로 1위에 올랐다. 김하성은 4년 연속 20홈런에 1개 부족했으나 생애 첫 타이틀로 아쉬움을 달랬다. 도루에서는 올해 KIA 팬들의 자랑이었던 박찬호가 39개로 김하성을 6개 차로 제치고 역시 생애 첫 타이틀 홀더가 됐다. 삼성 박해민은 사상 첫 5년 연속 도루왕을 노렸지만 7위(24개)에 머물며 6년 연속 20도루에 만족해야 했다.
키움은 홈런, 타점, 득점왕을 배출했으나 안타에서는 이정후가 아쉽게 2위에 머물렀다. 이정후는 193안타로 1994년 196개를 때린 아버지 이종범(당시 해태)에 이어 사상 최초 부자 수상을 노렸지만 무산됐다. 두산의 효자 외인 호세 미겔 페르난데스가 197개로 1위에 올랐다.
정규리그 최종일에 막판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이룬 두산은 페르난데스와 함께 마운드의 조시 린드블럼이 일등공신이었다. 린드블럼은 다승(20승 3패), 승률(8할7푼), 탈삼진(189개) 등 투수 3관왕에 올랐다.
121일 동안 1위를 지키다 막판 상대 전적에서 두산에 밀린 2위 SK는 리그 최고의 마무리를 얻은 데 만족해야 했다. 하재훈이 36세이브로 LG 고우석을 1개 차로 제치고 영광을 안았다. 키움 김상수는 40홀드로 생애 첫 타이틀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