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순위 양극화도 뒤집은 두산의 '끝내기 우승' 드라마

2019 KBO 리그 정규리그에서 극적인 역전 우승 드라마를 연출한 두산 베어스 (사진=연합뉴스 제공)

2019 KBO 리그는 800만 관중 행진을 이어가지 못했다. 저조한 흥행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찌감치 엇갈린 상하위권 구도가 큰 몫을 차지했다고 볼 수 있다. 세 팀이나 6할 이상 승률을 올렸고 무려 4개 구단이 80패 이상을 당했다.

그렇지만 지난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진행된 두산과 NC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는 보다 치열한 승부와 경쟁을 보고 싶어했던 야구 팬의 갈증을 풀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평일 저녁 경기임에도 만원 관중에 가까운 2만4081명의 관중이 잠실구장을 방문한 가운데 2019 KBO 리그 정규리그는 두산의 짜릿한 '끝내기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참 아이러니한 결과다. 순위 경쟁의 긴장감이 예년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가 시즌 내내 뒤따랐지만 정규리그 막판으로 갈수록 긴장감이 고조되더니 마지막 날 정점을 찍었다.

SK의 추락과 두산의 반등이 교차된 막판 1위 경쟁은 올해 KBO 정규리그의 하이라이트였다.

지난 8월15일 기준으로 두산은 1위 SK에 9.0경기차 뒤진 3위였다. SK는 2위 키움에 7.5경기차 앞서 있었다. 당시 두산과 키움의 2-3위 경쟁, NC 다이노스와 KT 위즈의 5위 경쟁이 주목받았고 1위 싸움은 사실상 끝난 것으로 여겨졌다.

두산이 이후 32경기에서 22승1무9패라는 믿기 힘든 승률을 기록하면서 판도가 뒤집혔다.

반면, SK는 타자들의 집단 슬럼프가 시작되면서 가파른 미끄럼틀에 탑승했다. 마지막 32경기에서 14승18패에 그쳤다.


8월15일 이후 SK의 평균 득점은 3.5점. 동기간 새로운 얼굴을 많이 기용했고 동기부여도 떨어진 삼성(3.8점), 한화(3.5점), KIA(3.2점), 롯데(2.4점) 등 하위권 팀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NC전 6대5 승리이자 극적인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박세혁의 끝내기 안타가 터지면서 두산은 KBO 리그의 새 역사를 썼다.

역대 최다인 9경기차 열세를 뒤집고 정규리그 1위에 오른 것이다. 2011년에 나왔던 종전 기록 7경기차 역전을 뛰어넘었다.

두산의 야구 역사에서는 'AGAIN 1995'라 부를만 하다. 두산은 1995년 8월말 1위 LG에 6경기차로 밀리고 있었지만 극적인 뒤집기로 0.5경기차 역전 우승을 달성했고 기세를 몰아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했다.

반면, SK는 정규리그 80승을 선점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초로 1위를 하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다. 두팀은 나란히 88승1무55패를 기록했고 상대전적(9승7패)에서 앞선 두산에게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내줬다.

키움(86승57패)은 3위를 차지해 준플레이오프 직행에 성공하며 2년 연속 가을야구 초대권을 받았다.

4위 LG(79승1무64패)는 오는 3일부터 5위 NC(73승2무69패)와 준플레이오프 진출 팀을 가릴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른다.

KT는 황재균, 유한준, 강백호 등 주축 타자들의 신구 조화와 마운드의 성장을 앞세워 창단 후 처음으로 5할 승률(71승2무71패)을 찍었다. 5위 NC에 2경기차로 밀려 첫 가을야구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보였다.

하위권은 KIA(62승2무80패), 삼성(60승1무83패), 한화(58승86패), 롯데(48승3무93패) 순으로 결정됐다.

인기 구단으로 평가받는 '엘롯기(LG-롯데-KIA)' 중 두 팀이, 그리고 전통의 명문 삼성과 지난 시즌 돌풍의 주역 한화가 일찌감치 하위권으로 떨어지면서 KBO 리그 흥행에는 악영향을 끼쳤다.

올해는 공인구의 반발계수 조정 등의 변수로 인해 오랜만에 '투고타저' 양상을 보였다. 마운드가 탄탄한 구단이 더 힘을 받은 시즌이었다. 올시즌 팀 순위는 팀 평균자책점 순위와 거의 일치한다. 외국인선수 선발 구성과 불펜이 강할수록 성적도 좋았다. 이같은 경향은 곧 막을 올리는 2019 KBO 포스트시즌에서 더 명확하게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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