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회생법원 법인회생1부(주심 전대규 부장판사)는 현씨와 이씨가 티와이강원(옛 동양)에 331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티와이강원이 회생절차 진행 과정에서 이들 부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권 조사확정 재판을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그보다 한 달 앞서 동양인터내셔널이 제기한 같은 소송에서도 두 사람에게 62억원의 배상책임이 있다고 선고했다. 배상금액을 합치면 3372억원에 달한다.
현씨와 이씨가 이들 회사에 떠넘긴 '부실 기업어음(CP)' 피해 대부분이 받아들여진 결과다. 판결문에 따르면 티와이강원은 이들 부부의 경영지시에 따라 2013년 7월부터 9월까지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의 CP를 총 3564억원어치 인수했다. 동양인터내셔널 역시 동양레저 CP 6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재판부는 "동양그룹은 비정상적이고 불법적인 자금운용으로 2012년 10월부터 현실적인 부도위기에 처했는데도 (계열사에) '회수가 불가능한' CP를 인수하라고 지시해 손해를 가했다"며 "오너가 주도한 것인데다 고의적이어서 과실상계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피해 회사가 인수한 CP 중 이들 회사가 기업회생절차를 거치며 변제받은 금액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손해배상금액으로 책정됐다. 경영진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 대부분이 인정된 것은 물론이고, 규모 자체도 3000억원이 넘는 거액이어서 법조계에서도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특히 재판부는 2015년 사기혐의 등으로 징역 7년 실형을 선고받은 현씨 외에도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한 이씨에게도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씨가 2013년 1월 동양그룹의 긴급 자금회의에도 참석하는 등 회사의 재무상황을 보고받고 관여해왔다는 점에서 상법상 '사실상의 이사'로 본 것이다.
특히 현씨는 2016년 파산선고를 받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씨를 통해 최대한 손해배상을 실현시키기 위한 조치로도 풀이된다.
동양사태는 2012년 말부터 자금난에 빠졌던 동양그룹이 2013년 사기성 CP와 회사채를 발행해 일반 투자자 4만여명에게 1조7000억원대 피해를 끼친 사건이다. 기업회생(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양그룹은 동양시멘트·동양파워 등 알짜 자회사를 매각해 피해를 회복하고 나머지 계열사는 6년 가까이 법원 관리를 받다 지난 상반기 졸업했다.
이번 재판이 현재 진행 중인 유안타증권(옛 동양증권) 상대 증권관련집단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은 해당 증권관련집단소송 허가신청을 받아들이라는 취지로 서울고법에 파기환송한 바 있다. 이 사건은 지난 6월 심문기일을 종결하고 재판부 결정만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