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촛불 규모 입닫은 경찰, '광화문 트라우마' 때문?

2년 전 광화문 촛불집회 때 '인원수 논란' 일자 돌연 비공개 통보
'알 권리 포기' 지적에도 현재까지 기조 유지…서초 촛불 때도 '비공개 방침'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검찰 개혁 사법적폐청산 촉구 촛불 문화제’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민기자
지난 28일 서초동 촛불집회 참여 인원수를 두고 주최 측과 야권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과학적 기법을 동원해 집회 인원을 파악해온 경찰이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며 방어벽을 쳤다.

집회 규모는 민심을 엿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수 있어 모두의 관심이 쏠리는 데도 경찰이 함구하는 까닭은 2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집회 당시 인원을 추산하다 겪은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이 통상적으로 해왔던 집회 인원 추산이 논란을 빚은 시기는 '비선실세' 최순실(63)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요구가 거세지던 지난 2017년 1월 7일.

토요일이었던 당시 광화문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찬성하는 11차 주말 촛불집회와 함께, 박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던 삼성역 등에서 탄핵 반대 보수단체의 맞불집회 가 동시에 열렸다.

논란은 경찰이 두 집회의 참석 인원수를 추산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당시 박근혜 탄핵을 위한 촛불집회 주최 측은 인원을 약 60만명으로 추산해 발표했는데 경찰은 집회 직후 인원이 가장 많이 모인 시점을 기준으로 해 2만 4천명이 참석했다고 추산해 발표한 것이다.


반면 같은날 열린 탄핵 반대 맞불집회 인원은 같은 기준으로 최대 약 3만 7천명이라고 밝히며 논란은 더욱 가열됐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여론이 반대 여론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던 때인데도 불구하고 보수단체의 규모가 촛불집회를 넘어섰다는 발표인 셈이라 각종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집회 인원 '뻥튀기' 및 '악의적 축소' 의혹을 비롯해 경찰의 정치적 의도부터 집계 방법 등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은 "숫자를 늘리거나 줄일 이유가 하등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좀처럼 논란은 식지 않았다.

급기야 촛불집회 측은 이철성 당시 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를 고소‧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보수단체까지 "자신들의 집회참여 인원수를 축소해 추정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경찰은 앞으로 집회 참가인원을 전면 비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 전 청장은 논란 직후 직접 기자간담회를 통해 "집회 인원을 추산하는 근본 이유는 경력 운영을 위한 내부 참고용이지 외부 공표 목적이 아니다"며 "경찰에 대한 국민 불신을 야기하고 있어서 원래 목적대로 내부 참고용으로 쓰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발표 직후 경찰 안팎에서는 "국민의 알권리를 포기한다"는 지적까지 나왔지만, 당시 정했던 '집회 인원 공개 불가' 방침은 2년 뒤인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도 지난 28일 서초동 대규모 '촛불집회'를 두고 인원수 논란이 불붙었지만 경찰은 "필요할 시에 파악은 하되, 외부 공개는 불가"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주최 측은 최소 100만~최대 200만명으로 참가 인원을 추산하고 있는 가운데, 자유한국당 등 야권에서는 "인원수 부풀리기"라며 "5만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면서 인원수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집회 등 인원 관련해서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며 "이같은 기조를 지난 2017년 1월부터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도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경찰청장이 고발조치 되면서 곤욕을 치뤘던 광화문 시위의 사례를 되짚어봤을 때 경찰이 굳이 집회 참석 인원을 산정해 논란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는 소극적인 자세로 풀이된다.

하지만 집회 참석 인원이 수백만에서부터 수만까지 오차 규모가 큰 상황에서 나름의 집계 방법을 연구하고 발전시키고 있는 경찰이 추정 인원을 비공개하는 것은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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