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경선서 '문재인 청와대' 못쓴다…여파는?

金뱃지 vs 靑뱃지 기싸움…"청와대 출신 너무 많아서 내부 반발 커"
"여권 프리미엄 포기하는 것" vs "내세울 게 청와대 출신뿐"
선거 때마다 제각각…정세 따라 대통령 이름 넣었다 뺐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15 총선 후보들이 경선 여론조사 시 '대표 경력'에 전·현직 대통령 이름이 들어간 직함을 빼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현직 대통령 관련 경력을 넣으면 인지도를 높이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돼 이를 놓고 경선때마다 논란이 있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최근 지역별 의원들과 릴레이 오찬을 가지면서 '청와대 근무 경력 기재 방식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후보들은 당원과 국민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경선 여론조사에서 제한된 글자 수 안에 자신을 소개하는 문구를 넣는데, 이때 '문재인 청와대', '노무현 청와대' 등 특정 정권을 명기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선거때마다 전·현직 대통령의 이름을 넣거나 이름을 빼고 '00대 대통령'으로 명기하기도 했다.

내년 선거에 나서는 한 인사는 "청와대 출신이라고 쓰는 게 도움 될 때가 있고 안될 때가 있다"며 "2012년엔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걸 조금이라도 더 쓰려고 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노 전 대통령 임기에 치러진 선거들을 살펴보면, 지지율이 낮았던 2008년 총선 땐 (노 전 대통령의 이름을) 피하는 분위기였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시도가 불발됐던 2012년엔 쓰는 게 대세였다.

문 대통령의 경우, 2016년 총선 땐 국민의당 바람이 거세 쓰지 않았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선 대부분 쓰는 편이었다.

청와대 근무기록을 과장했던 과거 사례도 이 대표가 해당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엔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일한 뒤 인수인계하는 과정을 노 전 대통령 청와대에서 일했다고 기재한 사례도 있다.

이번 총선 국면에서도 민주당 내 친문세가 강하고 '문재인·노무현'을 명기할 시 핵심 지지층에게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경선 결과가 좌우될 수 있는 만큼 非청와대 출신이나 비문인 현역 의원들로서는 대통령 이름을 넣는 게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총선을 준비 중인 한 원외 인사는 "현직 의원 입장에서 보면 유일하게 라이벌로 떠오르는 후보는 청와대 출신이라 반대하는데, 금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일부러 대통령 이름을 빼면 야권에서 현직 대통령을 모신 것처럼 쓸 텐데, 그러면 여당 프리미엄은 다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이름을 빼는 건 유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현역이 싫어하면 대통령 이름 넣는게 부적절한 거냐"고 덧붙였다.

반면, 현역 의원들 사이에선 대통령 이름을 넣으면 청와대 출신 인사들에게 프리미엄으로 작용해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한 당 지도부 인사는 "청와대 출신이 너무 많아서 내부에서 반발이 크다. 언제 한 번 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역 의원과 청와대 출신 사이의 해묵은 갈등이 대통령 이름을 넣는 문제때문에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한 초선 의원은 "내세울 게 청와대 출신인 것 하나뿐인 후보가 있다"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당은 연말에 공천관리위원회를 꾸린 후 여론조사를 통해 대통령 이름 명기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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