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교환 "'메기'는 여러분의 것, 그대로 받아들여 주셨으면"

[노컷 인터뷰] '메기' 성원 역 구교환 ②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메가박스 아트나인 카페에서 '메기' 성원 역 배우 구교환을 만났다.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구교환은 지난 2008년 영화 '아이들'로 데뷔했다. 배우, 극작가, 제작자, 편집자, 감독까지 1인 다역을 해내며 찍은 단편영화가 열 손가락을 가뿐히 넘는다. '플라이 투 더 스카이',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 '거북이들', '술래잡기', '방과후 티타임 리턴즈' 등 다수 작품을 만들고 출연했으며, 2017년 개봉해 평단의 극찬을 받았던 '꿈의 제인'에서 트랜스젠더 제인 역을 연기하며 명실상부한 독립영화계의 아이돌로 자리 잡았다.

지난 26일 개봉한 영화 '메기'(감독 이옥섭)는 그가 제작, 편집과 주연을 맡은 영화다. 병원을 발칵 뒤집은 19금 엑스레이 사진이 등장하며 시작하는 독특하고 재기발랄한 이 영화에서, 구교환은 윤영(이주영 분)의 남자친구이자 갑자기 나타난 싱크홀 덕분에 얼떨결에 임시 일자리를 얻는 백수 성원 역을 연기했다.

배우로서 시나리오를 받고 가장 재미있을 때를 '낯설고 새로운 것'을 봤을 때라고 밝힌 구교환은 "항상 '관객을 만나기 위해서' 영화를 찍는다고 생각한다"라며 "연애편지를 드리는 마음인데, 어떤 답이 오든 최선을 다해서 쓴 편지이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라고 언론 시사회에서 밝힌 바 있다.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하고 한 편의 영화로 완성할 때까지 영화는 제작진의 것이지만, 개봉하고 나서는 관객들의 것으로 생각한다는 배우 구교환을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메가박스 아트나인 카페에서 만났다. 요즘 머릿속에 영화 '메기' 생각밖에 없다는 그는 이 영화를, 관객들이 있는 모양 그대로 받아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일문일답 이어서.

▶ '메기'에서 성원 역을 연기하고 난 본인의 만족도는 어떤지 궁금하다.

영화에서는 성원으로만 있었기 때문에… 제가 판단할 순 없고, 저를 보고 있는 사람이 알고 있는 것 같다. 저는 저를 잘 못 본다. 인터뷰도 어려운 것 같다. 제가 정의를 내리고 확신한다는 스타일이면, 많은 정보를 드리겠는데 쉽게 확신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 '꿈의 제인'에서 만난 이주영과 이번엔 연인 연기를 했다. 곁에서 바라본 배우 이주영은 어떤 사람인가.

되게 에너제틱하고 유연하고 상대 배우를 편하게 만들어 준다. 그게 배우로서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다 갖추고 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크게 뭔가를 얘기하고 약속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 같다. 그게 이주영 배우의 장점인 것 같다. 순발력도 뛰어난 것 같고. 그래서 올해의 배우상을 탄 게 아닐까 싶다. (웃음)

구교환은 '메기'에서 여자친구 윤영(이주영 분)에게 다정하지만 어딘지 믿기 힘든 남자친구 성원 역을 맡았다. (사진=2X9HD 제공)
▶ 이경진 부원장 역의 문소리와 '메기'에서 처음 만났다. 이옥섭 감독도 이주영 배우도 팬심을 드러냈는데.


대한민국에서 문소리 선배님을 안 좋아하는 후배 배우가 있을까. (웃음) 문소리 선배 연기를 보고 자랐고, 다음 작품도 꼭 함께하고 싶다. (이번엔) 크게 마주하는 장면이 없어서 오히려 아쉽다. 이옥섭 감독이 다음 영화에도 꼭 저와 문소리 선배님을 캐스팅했으면 한다. (웃음) 현장에서는 많이 뵀다. 촬영 없는 날에도 자주 가는 포지션이어서, 문소리 선배님이 연기하시는 걸 보고 많이 배웠다. 후배들을 편하게 해주시는 스타일이고, 이옥섭 감독에게 가장 위로가 되는 인물 중 한 분이었을 거다. 문소리 선배님이 이 영화에 합류하는 것 자체가 저희한테 큰 힘이 됐고,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했다. 계속 힘을 주시고 따뜻한 말씀도 많이 해 주셨다.

▶ 유튜브를 보면서 래퍼 던밀스가 연기를 잘할 것 같다고 생각해 접촉했다고 한 이야기가 재미있더라.

(던밀스 씨) 정말 잘하지 않나? 일단은 대사의 리듬감도 너무 좋으시고, 현장에서 배우로서의 태도도 좋아서 오히려 제가 많이 배웠다. 역시 제 촉이! (웃음) 맞았던 것 같다.

▶ 이옥섭 감독이 배우 구교환을 말하기를, 본인에게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고 하더라. 다른 사람이 재미있다고 해도 구교환이 재미없다고 하면 고민하게 된다고. 반대의 경우도 그렇고.

저는 이옥섭 감독이 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웃음) 이옥섭 감독과는 죽이 잘 맞는 것 같다.

▶ 또, 테이크를 여러 번 갈 때도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서 놀랍다고 하던데.

그건 이옥섭 감독이 다른 걸 시키기 때문이다.

▶ 오늘 처음 만나서 부득이하게 질문한다.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연기는 거대하게 시작하진 않았던 것 같다. '배우가 되어야지!' 이런 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냥 남들 앞에 서는 걸 좋아했던 것 같다. 그 욕망이 배우로 표출됐고. 글로 있는 인물을 제가 만들어내는 것이지 않나. 글로서 존재하는 걸 뿅! 하고 보여주는 것. 뭔가 새로운 걸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은 크게 없지만, 어떤 이야기의 구성원이 된다는 건 재미있다.

지난 26일 개봉한 영화 '메기' (사진=2X9HD 제공)
▶ 연기하면서 특히 언제 재미와 보람을 느끼는지 궁금하다.

감독님이 OK 하실 때. (웃음) 한 번에 (OK가) 나오더라도. 현장에서 에너지를 많이 받는다. OK를 했다는 건, 서로가 마음이 맞은 것이지 않나. 하이파이브하는 느낌. 종합적으로 연기와 연출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의 에너지가 모여서 만들어진 결과물이기 때문에, 영화는! 그 힘이 합쳐졌을 때 나오는 것. 촬영 조명 편집 제작 미술 소품 음향 크레딧에 있는 모든 사람이 만들어내는 게 영화이기 때문에.

▶ 독립영화계의 아이돌로 불리기도 하는데, 더 많은 사람이 알아보면서 생기는 변화가 있나.

없다, 아직은. 문득문득 (알아보는 분이) 계시긴 하는데 감사할 뿐이다. 유명세라고 할 게 없다. (웃음) 겪지도 않거니와 그런 일이 있어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편이다.

▶ 차기작 계획은 없나.

당장 '메기'가 중요한 일이어서 '메기' 생각밖에 없다. (차기작 검토는) 회사에서 하고 있어서 말씀드리기 어렵다. '메기'에 집중하고 있다. 제가 어떤 계획을 크게 멀리 세우는 성격은 아닌 것 같다. '지금은 저에게, '메기'에게 집중하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 '메기'가 곧 개봉한다. 관객들이 '메기'를 보면서 놓치지 말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놓치지 말았으면 하는 것보다는, 영화가 갖고 있는 모양 그대로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다. 영화 '메기'는 여러분들의 것입니다! (웃음)

▶ 올해가 석 달 정도 남았는데, 혹시 이루고 싶은 바람이 있는지.

'메기' 대박! (웃음) '메기'는 스코어를 보고 만들진 않았다. '관객이 얼마 들어야 한다' 하고 만든 영화는 전혀 아니고, 그렇게 기획되지도 않았다. 이렇게 관심 속에서 인터뷰하는 것도 좋은데, 더 많은 사람이 보고 '메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메기' 대박! <끝>

배우 구교환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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