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에게 유리하도록 지원자격을 바꾸거나 단독면접 기회를 주고, 허위 경력증명서를 받는 등의 사례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30일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전KPS주식회사, 한국산업인력공단, 서울교통공사 등 5개 공기업의 비정규직 채용 및 정규직 전환 실태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친인척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서울교통공사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면서 공공기관 비정규직 전환 규모가 큰 4개 공기업도 감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인천공항공사가 2017년 12월 정규직으로 전환시킨 제2여객터미널 인력 중 협력사 채용 인원(3604명)은 서류·면접심사표가 없거나 폐기돼 정규직 채용의 공정성을 확인할 수 없었다.
협력사 간부급 직원이나 공항공사 임직원의 친인척 (44명)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가운데에는 임원 아들이라는 이유로 내부위원만으로 구성된 면접 절차를 거쳐 합격한 경우도 있었다.
서울교통공사(구 서울메트로)가 구의역 사고수습 대책에 따라 직접 고용한 위탁업체 직원 14명도 평가절차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 중에는 위탁업체나 노조에 청탁해 취업된 직원도 포함됐다.
서울시는 당초 이 과정에서 철도장비 운전분야에는 관련 면허소지자만 채용하도록 했으나, 위탁업체 등의 민원을 이유로 무면허자도 채용 기회를 얻도록 이사회 의결 내용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무면허자 5명이 채용돼 서울교통공사는 철도장비 운전 인력을 적게 운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 중 4명은 면허를 사후 취득해 무기계약직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서울교통공사(구 서울메트로)는 2017년 7월 전동차 검수지원 및 모터카·철도장비 운전 분야의 무기계약직을 공개채용하면서 합격권이었던 여성지원자 6명의 면접점수를 과락(50점 미만)으로 조정했다.
면접 응시자 중 1등(87점)으로 평가된 여성 응시자의 면접 점수가 48점으로 수정되면서 불합격했어야 할 남성 지원자 1명이 채용되는 결과가 빚어졌다.
서울교통공사(구 서울특별시 도시철도공사)는 2017년 4월 승강장 안전문 보수 분야의 무기계약직을 공개채용하면서 필기시험 오류 문항을 잘못 채점해 8명이 부당 합격했다. 최종합격한 4명은 지난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와 함께 비정규직 채용 과정에서 친인척 특혜를 받은 뒤 정규직으로 전환된 경우도 나타났다.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는 직원이 면접위원으로 참여해 동생에게 최고점을 부여하고, 채용담당자가 직원 조카 채용 청탁을 받고 단독으로 면접을 진행하는 일도 일어났다.
한전KPS는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에 채용 공고를 내지 않아 임직원 친인척이나 지인 등을 통해 알음알음 채용사실을 알고 지원한 75명을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채용공고상 자격요건 미충족(4명), 허위 경력증명서 제출(1명) 응시자가 부당하게 합격한 한전KPS 직원 80명도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2014년 이후 채용공고 절차 없이 직원 친인척 등 14명을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하거나, 업무와 관련 없는 특정 경력을 응시 자격으로 제한해 퇴직 직원 3명을 채용했다.
특정 직원이 시험 전형에 참여해 퇴직한 전 지사장의 자녀 등 4명을 선발하기도 했다. 전 지사장의 자녀는 지난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통틀어 채용 업무를 부당하게 한 관련자 72명(27건)에 대해 신분상 조치를 요구했으며, 그 중 29명은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거나 수사참고자료를 통보했다.
친인척 채용과정에 직접 또는 청탁을 통해 간여한 경우 중징계를, 단순 과실인 경우 경징계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서울교통공사 직원 5명,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 2명에게는 중징계가 요구됐다.
감사원은 또 면접 점수를 조작해 여성을 부당하게 불합격시킨 서울교통공사 관련자에 대해서는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