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첫 재판 "공소장 산만…대폭 정리해야"

첫 공판준비절차, 김은경·신미숙 불출석
재판부 "피고인 수족들이 피해자로 기재…'모순'" 지적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사진=박종민기자/자료사진)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교체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등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재판절차가 시작됐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장이 산만해 대폭 정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강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들의 출석의무가 없어 변호인들만 법정에 나왔다.

재판부는 검찰이 공소장 일본주의(一本主義)를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변경을 요구했다. 공소장에 공소사실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여러 정황과 설명을 기재해 재판부가 피고인에 대해 유죄의 심증을 갖도록 유도한 내용이 많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신 전 비서관이 화가 나서 여러 차례 전화를 안 받는다'는 등의 내용이 나오는데 (그것이) 공소사실에서 무슨 의미가 있냐"며 "피고인을 나쁘게 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읽힌다"고 설명했다.


이어 "판사생활을 오래 했지만 대화 내용이 이렇게 많이 나오는 공소장은 본 적이 없다"며 "공소사실 자체가 지나치게 장황하고 산만하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지시를 받아 실행한 행위자 대부분이 공소장에 누락돼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수족이 돼 충실히 일한 사람들이 업무방해죄의 피해자 등으로 기재돼 있는 건 모순"이라며 다음 기일까지 이들에 대한 형법적 평가를 보완하라고 요구했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2017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그 중 13명이 실제로 사표를 제출했다.

검찰은 사표 제출에 거부하는 임원들에게 환경부 감사관실 관계자가 "밑에 있는 직원까지 다칠수 있다"거나 "사표 제출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 등의 발언을 하며 압박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 전 장관 등 윗선의 압력으로 임원들의 사표 제출에 '비정상적인 동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또 이들이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6곳의 공모직(17개) 채용 과정에서 청와대·장관 추천 후보자에게만 면접자료를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 채용비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재판부는 다음달 29일 공판준비기일을 한차례 더 열어 공소사실 확정과 증거조사 방법 등을 논의한 뒤 공판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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