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열망"vs"수사 간섭"…서초 촛불에 엇갈리는 시선

검찰개혁 촉구 촛불집회에 대한 엇갈린 국민들의 시선들
"조국 수사를 보고 검찰 개혁 필요 느껴" "검찰 수사 신중히 지켜봐야, 선동 우려"
전문가들 “검찰개혁과 조 장관 수사는 별개…프레이밍 조심해야”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검찰개혁 촉구 촛불문화제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28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검찰개혁 촉구 촛불집회는 주최측의 예상을 뛰어넘는 대규모 인원이 참여해 세간을 놀라게 했다.

주최측이 추산하는 이날 집회 참여 인원은 무려 200만명이다. 실제로는 수만~수십만에 그친다는 의견도 있어 인원 규모의 논란도 있지만 2017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로는 최대치로 추산된다.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몰리자 주최 측인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는 예정했던 거리 행진을 취소하고 일찍 집회를 마무리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 나선 시민들은 조국 법무부장관의 수사를 보고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을 실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에 거주하는 50대 여성 이모씨는 "수사 내용과 과정은 사실 잘 모르겠지만 검찰이 얼마나 큰 힘을 갖고 있는지 이번에 드러난 것 같다"며 "검찰이 결과를 정해놓고 수사하는 것 같아서 공정한 수사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학원강사 이희승(40대)씨 역시 "국정농단이나 사법농단 때도 70곳이 넘는 곳을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는데 검찰의 행태를 보고 사법개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의견을 밝혔다.


일반 시민들도 이번 집회 규모에 놀라는 분위기였다. 집회 다음날인 29일 서울 양천구에서 만난 시민 김영선(43·여)씨는 "아무리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라고 하지만 조 장관에 대한 수사는 국민들에게 공정하지 못한 인상을 줬다"며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결국 집회 규모를 키운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집회에 참여했거나 지지하는 시민들은 조 장관에 대한 이번 수사가 검찰을 포함한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일깨웠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조 장관 관련 수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만큼 검찰을 압박하기보다 결과를 신중하게 지켜봤어야 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시민들도 있었다.

시민 김태동(79)씨는 "검찰이 문제를 있는 그대로 밝혀낼 수 있도록 간섭하지 말고 지켜봤어야 했다"며 "촛불을 들고 개혁을 논하는 건 자칫 선동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주부 김현주(40)씨도 "현 정권과 조 장관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이번 집회에 대해서는 잘한 행동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의 이모(32)씨도 "검찰이 혐의점을 잡아 긴박하게 수사하는 사안에 대해서 반대하는 듯한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것이 바람직한지 모르겠다"며 "이번 사태로 자꾸 국론이 분열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의견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집회에 예상보다 많은 시민들이 참가한 건 검찰 개혁의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성균관대학교 구정우 사회학과 교수는 "검찰이 최근 개혁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검찰개혁을 모색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국민들이 검찰의 개혁의지를 믿지 않는 건 그동안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한 업보 때문"이라며 "국민의 검찰개혁 열망이 이번 집회의 규모로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들이 진정으로 요구하는 것도 조 장관에 대한 수사 자체를 간섭하려는 의도보다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개혁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검찰 개혁'과 '조 장관 수사 결과'를 동일시해서 보는 프레이밍(Framing)이 짜여지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권에서 오히려 이런 동일시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구 교수는 "일부 여권 정치인들이 검찰 개혁과 조 장관 수사 결과는 별개 사인인데도 이를 동일시하며 선동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문제였다"고 말했다.

윤태곤 더모아정치분석 실장은 "검찰에 대한 불만과 조국 장관에 대한 지지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대규모 인원이 모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조국 수호'와 '검찰 개혁'을 동일시하는 시각은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평했다.

이어 윤 실장은 "과연 조 장관에 대한 수사 결과가 검찰 개혁과 연결되는 것인지를 논리적으로 곱씹을 필요가 있다"며 "과거 정권에서처럼 검찰 누르기식으로 전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현 정권에도 장기적으로 부담을 지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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