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통신사별 담합낙찰 건수가 9배 차이 나고 가담 정도가 다름에도 입찰참가 제한기간을 일률적으로 부과한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업계와 당국에 따르면 조달청은 지난 26일 회의를 열어 KT와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가 2017년 6월까지 12차례 담합한 데 대한 책임을 물어 다음 달 5일부터 반년간 공공분야 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부정당 업자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통신 3사는 2015년 4월~2017년 6월 12건의 공공분야 전용회선 사업 입찰에서 낙찰 예정 업체와 들러리 업체를 사전에 정하는 방식 등으로 짰다가 적발됐다.
부정당 업자 제재를 받으면 국가계약법 시행령에 따라 최장 2년간 국가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공사 입찰에 참여하거나 계약하는 것이 제한된다.
조달청은 통신 3사에 일괄 6개월간 또는 2년간 입찰 참가를 제한하는 방안과 담합 주도 여부, 낙찰 건수 등에 따라 입찰참가 제한 기간을 6개월, 1년, 2년으로 차등화하는 방안 등을 두고 논의한 끝에 6개월간 일괄 제한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12건 중 수의계약 포함 9건을 낙찰받은 KT와 1건만 낙찰받은 SK브로드밴드가 같은 처벌을 받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나온다.
KT의 낙찰금액은 약 1천258억원으로 SK브로드밴드 22억원의 57배에 달한다. LG유플러스는 수의계약 2건을 포함해 4건, 334억원어치를 낙찰받았다.
SK브로드밴드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순위 자진신고자로 인정받아 시정조치, 과징금, 고발을 면제받았지만, 조달청은 공익신고자보호법과 규정 등에 따른 자진신고자 제재 감경이나 면제를 적용하지 않았다.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는 부정당 업자에 대한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경우 위반행위의 동기, 내용, 횟수 등을 고려해 자격 제한기간을 2분의 1 범위에서 줄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담합을 주도한 업체와 소극적으로 가담한 업체를 똑같이 처벌하면 기존 사업자의 기득권 보호를 위한 담합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제재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 공공사업자 70% 이상과 계약을 맺은 KT가 2년간 입찰 참여가 제한되면 재계약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고려한 것 같다"며 "공익신고자가 담합 주도자와 똑같이 처벌받는다면 향후 담합을 발견하더라도 묵인하거나 은폐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담합 주도 여부가 표시되지 않은 공정위 의결서에 근거해 결정한 것"이라며 "자진 신고 부분은 조달청의 감경 검토 사항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