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경찰청 여청수사계는 29일 A(26)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인천지방법원 강태호 판사는 이날 오후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끝난 뒤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A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지난 25∼26일 이틀간 인천 미추홀구 자택에서 아들 B(5)군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아들의 손발을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둔기 등으로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지난 26일 오후 10시 20분쯤 119에 전화를 걸어 “아이가 쓰러졌는데 숨을 쉬지 않는다”고 신고했다. 아동학대를 의심한 소방당국은 경찰에 공동대응을 요청했고, 경찰은 A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과 119구급대가 A씨 자택에 출동했을 당시 B군은 의식이 없고 맥박이 뛰지 않는 상태였다. 눈 주위와 팔다리에는 타박상과 함께 멍 자국도 발견됐다. B군은 심폐소생술을 받아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들이 거짓말을 하고 말을 듣지 않아 화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 2017년 아내와 결혼했으며, 결혼 직전 아내는 아들 B군과 C(4)군 등 자녀 둘을 홀로 키우고 있었다. A씨 부부는 같은 해 막내를 출산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의 아내는 “나도 남편한테 폭행을 당했고 경찰에 알리면 나머지 아이들도 죽이겠다고 해 무서워서 신고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당초 A씨에게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해 체포했지만 범행 당시 A씨가 B군의 사망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살인죄로 변경했다.
A씨는 2017년에도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으며,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인 이번에 재차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당시 B군뿐만 아니라 둘째 의붓아들 C군의 온몸에 멍일 들 정도로 심하게 폭행했다.
선고 직후 A씨로부터 학대 받은 두 의붓아들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관리하는 보육원으로 옮겨져 지냈다.
하지만 A씨는 지난달 30일 B군과 C군을 집으로 데려왔고, 집에 돌아온 B군은 27일 뒤 의붓아버지 A씨의 폭력으로 목숨을 잃었다.
B군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B군의 직접 사인은 복부 손상으로 보인다”는 1차 구두소견을 전날 경찰에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