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말 실무협상 하자던 北, "美 차후 동향 주시할 것"

김계관 "회의심 털어버릴 수 없다"
기대했던 美의 '새로운 방법론' 안나와
트럼프 탄핵국면 돌입으로 셈법 복잡

(그래픽=연합뉴스)
북미가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기싸움을 벌이면서 당초 예상됐던 이달말 협상 재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협상이 재개될 경우 이르면 10월초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미간 실무협상은 지난 9일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를 통해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협상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면서 9월말 개최 가능성을 높였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경질하고 18일에는 비핵화의 '새로운 방법론'까지 거론하면서 실무협상이 탄력을 받는 듯 했다.

이어 한미정상들은 지난 24일 뉴욕 유엔총회 계기에 이뤄진 정상회담에서 북미정상간 싱가포르 합의 사항이 유효하고 북한에 무력행사를 하지 않겠다는 기존 약속을 재확인하는 등 대북 협상 재개의사 메시지를 발신했다.

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유엔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미간 실무협상 일정을 아직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전화벨이 울리고 우리가 그 전화를 받아 북한이 되는 장소와 시간을 찾아갈 기회를 얻게 되기를 바란다"며 북한으로부터 답변을 기다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의 기자회견 직후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고문 명의로 발표한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용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워싱턴 정가의 '선(先) 핵포기' 주장이 살아 있음을 거론하면서 "또 한 차례의 조미수뇌회담이 열린다고 하여 과연 조미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겠는가 하는 회의심을 털어버릴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와 우리 외무성은 미국의 차후 동향을 주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달말 실무협상 재개 의사를 밝혔지만 미국으로부터 '새로운 셈법'에 대한 답을 듣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미국을 향해 협상에 나설 명분을 달라며 다시 공을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북한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지만 미국은 최근의 잇따른 유화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의 '패'는 보여주지 않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주목해온 유엔총회 연설에서 자신의 '새로운 방법론'에 대해 언급하지도 않았고, 비핵화에 대한 체제보장 방안 등 상응조치에 대해서도 '엄청난 잠재력' 이상 말하지 않았다.

북한의 실무협상 수석대표인 김명길 순회대사가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방법론'에 대해 환영입장을 밝히며 "미국측이 이제 진행되게 될 조미협상에 제대로 된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리라고 기대하며 그 결과에 대하여 낙관하고 싶다"고 기대를 보인 점에 비춰 북한이 실망했을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김계관 고문이 이날 담화에서 "아직도 위싱톤 정가에 우리가 먼저 핵을 포기해야 밝은 미래를 얻을 수 있다는 '선 핵포기' 주장이 살아 있다"고 지적한 부분도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겨냥한 것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북한이 엄청난 잠재력으로 가득 차 있다고 잠재력 실현을 위해 북한은 비핵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결국 북한은 하노이 노딜 이후 미국을 향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새로운 셈법'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는 상황에서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막판 고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국면 돌입으로 재선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북한의 셈법이 더 복잡해진 것도 실무협상 지연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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