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는 손학규 대표가 주재하는 회의체인 반면, 의총은 오신환 원내대표가 주관한다. 유승민‧안철수계 의원들이 중심이 된 의총에선 손 대표의 퇴진 문제가 다시 거론됐다. 손 대표는 "해당 행위"라며 즉각 반발했다.
이날 오전 9시. 국회 본관 215호에선 최고위가, 218호에선 의총이 각각 열렸다. 최고위는 당 지도부의 공식 집행기구이고, 의총은 소속 의원들이 원내 의정활동을 논의하는 회의 단위다. 두 단위의 회의가 각각 열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 '손학규 퇴진' 공세…"당 상황 비상시국, 별도 회의체 구성"
공세를 편 것은 의총 측이었다. 오 원내대표는 "당내 현안에 대해 기탄없는 의견을 청취하고 방향을 설정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공개 발언이 이어졌다.
당내 최다선인 정병국(5선) 의원은 "손 대표는 자신의 사퇴 약속을 번복하는 거짓과 알량한 권력을 쥐겠다는 위선,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독선으로 마지막 남은 제3정치의 가능성까지 짓밟고 있다"고 성토했다. "정치적 염치를 잃으면 파렴치가 된다. 정치적 명분을 잃으면 괴물이 된다"며 "손 대표 체제의 종식을 선언할 때"라며 수위 높은 발언을 내뱉었다.
지상욱 의원은 아예 "오늘 이렇게 모인 것을 계기로 창당정신에 입각한 새로운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구성됐다"고 선언했다. 지 의원은 "한 마디로 조국과 손학규는 똑같은 사람"이라며 "정치인으로서 리더십도 없고 국민도 없다. 당원도 없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전 의원 측 이태규 의원도 손 대표를 조국 법무부 장관과 비교하며 "거짓말 한 사람,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 자신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사람, 우리는 지금 그런 이유로 조국을 비판한다. 우리 당은 무엇이 다른가. 정말 부끄럽다"고 했다.
오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날 모임의 결론에 대해 "당 상황이 비상시국이라고 판단하고, 오늘의 모임을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가져나가기로 했다"며 "월요일부터 그 모임을 시작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유승민 전 대표는 의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의 위기 상황에 대해 많은 의원들이 모여서 같이 어떤 길을 갈 것이냐를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의총에는 하태경 최고위원 징계에 반발했던 15명 의원 중 상당수가 참여했다.
이들은 손 대표 체제를 비상대책위원회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의총에 참석하지 않은 호남계 의원들을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의 최고위는 의총에 비해 소박한 분위기로 열렸다. 최고위원들은 참석하지 않았고, 원내에선 채이배 정책위의장과 임재훈 사무총장, 최도자 대변인 등 3명의 현역 의원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임 사무총장이 총대를 메고 의총 측을 비판했다. 그는 "일부 의원들이 윤리위 결정에 손 대표가 취소토록 요구하는 것은 당헌‧당규를 위반한 쿠데타적 발상"이라며 "몰지각한 요구에 어이가 없다. 윤리위에 대한 일체의 간섭을 중지하길 촉구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 최고위가 진행되는 이 시간에 의총을 개최한다는 것은 최고위를 무력화하기 위한 저열하고 유치찬란한 행태에 불과하다"며 "이런 지도력으론 그토록 원하는 손 대표의 퇴진을 달성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손 대표도 회의 직후 불편함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싸움에도 도리가 있다. 금도라고 얘기하는데 정치에서 금도를 지켜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며 "이 사태를 그렇게 쉽게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별도 의총이 해당행위에 해당하느냐는 질문에 "그럼 해당행위가 아니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날 의총에서 자신에게 '추석 전 당 지지율 10% 미만 시 사퇴' 약속을 지키라는 촉구가 나왔다는 데 대해선 "당 대표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도왔느냐. 돕고서 안 됐을 때 약속을 지키라고 해야 한다"며 "10%가 안 되면 그만두겠다고 한 것은 '당을 일으키자, 그래도 안 되면 내가 물러난다'는 얘기였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