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대한배드민턴협회 부회장은 "원래 수, 목요일에는 관중이 적고 서울과 멀어 걱정했는데 어제도, 오늘도 꽤 많이 오셨다"고 귀띔했다. 배드민턴 전용구장인 인천공항 스카이돔의 2000석을 절반 이상 관중이 찼다.
이런 가운데 남자 복식 16강전이 열리는 4번 코트의 선수들을 장내 아나운서가 소개하자 관중석이 술렁거렸다. 한국 대표팀 최솔규(24·요넥스)-서승재(22·원광대)가 출전하기 때문이다. 다른 경기를 보던 팬들은 급히 4번 코트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은 대표팀이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기대하는 선수들이다. 지난 8월 스위스 바젤 세계선수권에서 세계 랭킹 1위 마커스 페르날디 기데온-게빈 산자야 수카물조(인도네시아) 조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대만오픈 준우승, 베트남오픈 우승을 거두며 올림픽 출전 포인트 랭킹을 5위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전날 32강전에서는 한때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이었던 이용대(요넥스)-김기정(삼성전기)을 눌렀다. 최고 인기 선수를 누른 만큼 이들의 주가도 높아진 것. 이날 경기를 앞둔 서승재는 관중석을 지나가다 한 여성팬의 요청에 휴대전화 사진 촬영을 하기도 했다.
이들의 16강 상대는 안데르센 스카루프 라스무센-킴 아스트룹(덴마크) 조. 세계 랭킹 9위로 14위의 최솔규-서승재보다 높다. 지난해 슈퍼1000 대회인 차이나오픈 우승에 올해 유럽선수권 준우승의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2세트가 압권이었다. 최솔규-서승재는 상대 거센 반격에 밀리고 실수까지 나와 6 대 11까지 뒤졌다. 그러나 이후 내리 5점을 따내며 동점을 만들었다. 최솔규의 노련한 전위 플레이와 서승재의 힘있는 스매싱이 득점으로 잇따라 연결됐다.
여기에 서승재가 상대 허를 찌르는 서브와 날카로운 드롭샷까지 선보이며 전세를 뒤집었다. 최솔규의 정확한 코너워크까지 상대는 전의를 잃었고, 21 대 13으로 경기가 끝났다.
경기 후 최솔규는 "어제 비디오를 보면서 분석을 했고 상대가 스피드가 떨어지는 만큼 좌우로 흔든 게 주효했다"고 승인을 짚었다. 침체된 남자 복식의 부흥에 대한 책임감도 드러냈다. 최솔규는 "사실 이용대 형 등 선배들이 있을 때 남자 복식이 강했는데 지금은 부진하다"면서 "세계적인 선수였던 형들의 뒤를 이어 한국 남자 복식을 이끌어가겠다"고 다짐했다.
호흡도 점점 무르익고 있다. 서승재는 "형과 내가 모두 혼합 복식도 해서 후위 공격이 좋고, 내가 왼손잡이인 점도 호흡이 잘 맞는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번 대회에 대한 각오도 다부지다. 최솔규와 서승재는 "이제 8강이지만 안방에서 열리는 만큼 우승을 목표로 최대한 높은 곳에 오르겠다"고 입을 앙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