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이런 종류의 지정학적 위기는 처음이다"(SK 최태원 회장)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의 위기다"(LG 구광모 회장)는 게 총수들의 현 상황 진단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근본적인 미래전략 주문에 나선 이유다.
◇이재용 "새로운 미래 선도, 기술만이 살 길"…반도체·센서·폴더블로 앞질러
이어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다가올 새로운 미래를 선도해야 한다. 기술만이 살 길"이라고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아산의 탕정 공장에 13조원을 투자해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을 전환하는 방안을 막바지 검토 중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11일 AI와 IoT 등 4차 산업혁명 기반기술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삼성리서치를 찾아서도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행보를 이어가는 이 부회장이 대법원 선고 뒤 첫 공개 일정에서 내놓은 발언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해 메모리 분야에 이어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비전도 지난 4월 제시했다. 반도체 극자외선(EUV) 기술 뿐 아니라 이미지센서, 폴더블폰 등 기술 혁신은 경쟁사들을 서둘러 앞지르는 모습이다.
이 부회장은 최근 중동 국가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거나 5G시장 개척·수출규제에 직접 대응하기 위해 현지 출장에 나서기도 했다.
◇구광모 "변화 가속화 해달라…디지털 전환 꼭 필요"
근본적인 경쟁력 확보·사업 방식과 체질의 변화를 내부에 요구했지만, 그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꼭 필요한 변화 중 하나"로 꼽았다. "더 나은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수단이자, 경쟁력을 한 차원 끌어올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해 디지털 역량을 활용해 고객과 시장의 변화에 적응하거나 새로운 방향을 정립해 가는 전략 등으로 정의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제조와 조직, 고객 관리 등 도구로만 쓰는 단계를 넘어 소비자와 상호작용을 하는 변화로도 이어지는 경영 전략을 제시한 셈이다.
◇최태원 "성과평가 기준 돈 아닌 행복…사회적 가치 집계해야"
그는 지난 19일 워싱턴DC 행사에서 "SK는 지난 한 해 동안 미국에서 24억 달러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사회문제가 해결되는 속도보다 사회문제가 발생하는 속도가 더 빠른 복잡한 경영환경에서 기업이 경제적 가치만 추구해서는 지속 가능할 수 없다"며 "사회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하려면 사회적 가치 측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최 회장의 최근 발언이다. 그는 "성과평가 기준은 돈이 아니라 '행복'"이라는 표현도 썼다.
SK는 경제와 사회, 지정학 이슈, 기술 혁신 등을 토론하고 사회적 가치 실현 방안과 미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심포지엄 등을 열면서 근본적 혁신을 뜻하는 '딥 체인지(Deep Change)' 논의가 활발하다. SK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동력으로 삼겠다고 했다.
하이닉스의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120조원 투자, 미국에 향후 100억 달러 추가 투자 계획 등 SK는 공격적 투자로 활로를 찾는다.
대외적으로 공개된 총수들의 발언과 전략은 다소 원론적인 수준이지만, 위기를 한목소리로 내면서 미래를 내다보는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