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으로 지인 밟아 숨지게 한 만취 60대…'징역 1년2개월' 확정

유모씨, 만취 상태서 지인차량 운전해 2차례 역과(轢過)
1심, 유씨 살인의 미필적 고의 인정해 징역 10년 선고
2심 "살인 고의성 충분히 입증 안돼"…음주운전죄만 인정

(일러스트=연합뉴스)
함께 술을 마신 지인을 차량을 밟고 지나가 숨지게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남성에게 대법원이 음주운전 혐의만을 유죄로 판단했다.

이들이 다퉜다는 정황이 전혀 없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살인의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에서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살인 및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유모(66)씨에게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유씨는 2017년 12월, 지인 A씨와 술을 마신 뒤 여수의 한 공원 주차장에서 차량을 운전해 A씨를 두 차례 밟고 지나가 숨지게 한 뒤 구호조치 없이 달아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차량으로 사람을 두 차례나 역과할 경우 신체에 치명적인 손상이 발생할 위험이 있음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며 유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역과 이후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했음에도 아무런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이미 두 차례 음주운전 전력도 문제 삼아 유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유씨는 이번 사건 말고도 지난 2007년과 2013년 음주운전죄로 각각 벌금 200만원과 400만원을 선고받았다. 2017년 11월에도 혈중알코올농도 0.162%의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유씨는 "술에 만취해 정상적인 사리분별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고였다"며 항소했다.

2심은 "살인의 고의성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씨의 음주운전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주변인과 차량 블랙박스를 통해 "유씨와 A씨가 평소 막역한 사이이고, 술자리와 주차장 이동 때까지도 둘 사이 다툼이 있었던 정황이 전혀 없었다"면서 "유씨의 얼굴에 난 상처가 A씨와의 몸싸움 과정에서 입은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중증도 우울장애를 겪어 우울증 치료제를 복용하던 유씨가 술을 먹고 만취한 상태에서 차량 뒤편에 누워있는 A씨를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유씨가 사고 후 구호조치 없이 달아난 사실에 대해선 "유씨가 많은 양의 술을 마셔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하거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A씨가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사건 현장을 배회한 것이라는 변호인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고 봤다.

또 유씨가 사건 현장을 떠나면서 사건 현장을 수습하거나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던 점도 오히려 의도된 살인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이 맞다고 보고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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