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26일 금융통화위원회 금융안정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금융안정 상황을 보고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안정지수는 8.3으로 나타났다. 지수가 8을 넘은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됐던 2016년 2월(11.0) 이후 3년6개월만이다.
금융안정지수는 금융안정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은행·금융시장·대외·실물경제·가계·기업 등 6개 부문의 20개 월별 지표를 표준화해 최대 안정 0에서 최대 불안정 100으로 표시한다. 지수가 8미만이면 정상, 8~22면 주의, 22 이상은 위기 단계다.
금융안정지수가 22를 넘은 위기로는 1996년 12월~1999년 3월의 IMF 외환위기 28개월(최고치 1998년 1월 100), 2008년 9월~2009년 6월의 글로벌 금융위기 10개월(2008년 12월 57) 등이 있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안정 상황에 대해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경제주체의 심리 위축, 자산시장에서의 불확실성 증대 등에 주로 기인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8월 1일 2017.34이던 코스피지수는 같은달 30일 1967.79로 급락했고, 8월 중 한때 1909.71로 1900선 붕괴 직전까지 갔다. 대외 리스크 확대로 일평균 주가변동성지수는 7월 13.3에서 지난달 19.0로 치솟았다.
세계 경기둔화 우려가 가중되면서 연초 1.948%였던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8월중 한때 1.172%까지 대폭 하락했다.
기업실적 악화와 가계대출 증가세 지속도 나타났다. 전기전자 등 수출업종의 실적 악화로 기업 매출액 증가율은 전년동기 대비 1분기 2.4%에서 2분기 –1.5%로 감소 전환됐다. 2분기 가계부채 증가율은 4.3%로 전년동기(7.5%)보다 낮지만, 소득증가율 2.7%을 여전히 웃돌고 있다.
다만 9월 들어 금융안정지수가 호전됐을 수 있다. 주가와 장기금리 등은 8월 하순 이후 미중 갈등 완화기류, 홍콩사태 우려 완화, 세계적 통화완화 정책공조 등에 힘입어 상당 수준 반등 중이다.
최근 코스피는 13거래일 연속 상승한 뒤 25일 2073.39으로 8월 부진에서 탈출했다. 같은 날 10년물 국고채 금리도 1.424%를 기록하며 지난달보다 상승했다.
8월 지수가 일부 잠정지표를 포함한 결과인 만큼, 향후 보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 5월의 경우도 8.1쯤으로 잠정치가 나왔다가 7.7로 확정된 바 있다. 이번 숫자 자체보다는 '3월 이후 완만한 상승세'라는 데 의미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 자산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 여신 비율'은 시중은행이 2분기 0.47%로 전년동기 대비 0.08%p 낮아졌다. 보험(0.27%)과 저축은행(5.04%)도 1년전보다 낮아졌고, 상호금융(2.09%)과 여신전문사(1.66%)는 전년동기대비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외국인 증권투자 자금은 채권을 중심으로 올들어 8월까지 146억달러 순유입됐다. 주식의 경우 5~8월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 불확실성 확대로 소폭 순유출이 나타났으나, 1~8월 전체로는 45억달러 순유입이었다.
특히 금융시스템 복원력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됐다. 2분기 은행의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일반은행(15.8%) 및 특수은행(14.7%) 모두 규제수준(10.5%)을 여전히 상회했다.
상호금융(순자본비율 8.2%), 여전사(조정자기자본비율 19.2%), 저축은행(자기자본비율 14.9%), 생보사(위험기준 자기자본비율 296.1%), 증권사(순자본비율 551.3%) 등 비은행도 자본적정성 지표 규제수준을 웃돌았다.
2분기 순대외채권 잔액과 외환보유액도 각각 4711억달러, 4031억달러에 달하는 등 대외지급능력 역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리스크 증대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의 손실흡수능력, 외환부문의 지급능력 등을 감안할 때 우리 금융시스템의 복원력은 여전히 양호하다"며 "다만 예상치 못한 충격 발생에 대비해 대내외 경제여건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충격의 파급경로를 재점검하는 등 조기경보 활동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