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013년 교육생 선발 과정에서 대규모 채용 청탁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후 해고 당사자들이 줄줄이 제기한 소송 가운데 첫 판결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는 강원랜드 해고자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정당한 해고라고 본 판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태백시 토박이인 A씨는 2012년 겨울 강원랜드의 교육생 선발 과정에서 합격한 320명 중의 한 명이다.
이후 인턴과 계약직, 정규직 등으로 신분을 바꿔 2018년까지 5년여간 근무했다.
그런데 강원랜드가 2015년 진행한 감사 결과, 2012∼2013년의 교육생 선발 당시 광범위한 채용 비리가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 임원, 관련 기관, 국회의원 등이 청탁을 하면 이들이 추천한 응시생들의 전형별 점수를 상향 조작하는 방식으로 합격 시켜 준 것이다.
A씨가 응시한 2012년의 경우 최종 합격한 320명 가운데 295명이 강원랜드가 따로 관리한 '청탁 리스트'에 올라 있었다. A씨 역시 그 가운데 한 명이었다.
A씨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출신으로 강원랜드 팀장을 지낸 B씨에게 중학교 동창이던 아버지가 채용을 청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가 부정 합격자의 퇴출 조치를 요구했고, 이에 따라 채용이 취소되자 A씨는 불복한 끝에 소송을 냈다.
A씨는 부정행위가 이뤄진 사실을 자신은 알지 못했으므로 채용이 취소되는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교육생 선발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합격할 수 없었으나 점수 상향 조정 등으로 합격할 수 있었음이 인정되고, 이는 아버지의 청탁 덕에 청탁 대상자로 관리됐기 때문"이라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비록 원고가 B씨의 추천이나 이로 인한 점수 조작 등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더라도, 아버지의 청탁으로 이뤄진 부정행위의 이익을 받아 불공정하게 선발됐음이 명백한 이상 인사 규정상 직권면직 사유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재판부는 자신의 채용이 폐광지역 주민의 우선 고용 의무를 준수하기 위한 것이었다거나, 직권면직 처분에 징계 시효를 적용해야 한다는 등의 A씨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재판부는 "강원랜드는 공공기관으로 채용 절차에 기대되는 객관성·공정성의 수준이 높고, 각종 특례를 받아 상당한 이익을 거두고 있으므로 상응하는 사회적 기여를 할 책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합격생 중 92%가 청탁리스트에 의해 관리됐을 정도로 지역사회에 채용 청탁이 만연했고, 합격자를 자의적으로 바꾸는 믿기 어려운 방식으로 대규모 부정행위가 이뤄졌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부정행위로 반사 이익을 얻어 합격하고 5년간 근무하는 혜택을 누렸고, 아버지에 의해 청탁이 이뤄졌으므로 A씨가 책임에서 자유로운 관계에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단지 부정행위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는 사정을 들어 근로관계를 유지할 것을 회사에 기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