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프로농구 헐리우드 액션 근절 가능할까

KBL "페이크 파울은 심판, 감독 그리고 팬을 속이는 것"
플라핑 근절 의지 확고…라운드별 속임 동작 영상 공개 검토

(사진=KBL 제공)

"플라핑은 심판을 속입니다. 감독을 속입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팬들을 기만하는 행위입니다"

KBL이 프로농구 경기에서 '플라핑(flopping)'으로 불리는 페이크 파울을 근절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페이크 파울은 과장된 동작으로 상대 선수의 반칙을 이끌어내는 속임 동작을 뜻한다. 예전에는 '헐리우드 액션'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KBL이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KBL센터에서 진행한 2019-2020 프로농구 경기 규칙 설명회 자리에서 다수의 페이크 파울 장면들이 소개됐다.

코트에서 정상적인 몸싸움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심판의 휘슬을 이끌어내기 위해 과장된 동작을 하는 선수들의 모습에 여기저기서 실소가 터졌다.

심판이 경기 도중 선수의 속임 동작을 곧바로 잡아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지기 때문이다. 또 선수의 '연기력'이 좋으면 좋을수록 심판이 속을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플라핑'은 심판 판정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로 여겨진다. 속임 동작을 즉각 잡아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에 속는 심판들 역시 농구 팬들의 눈에는 곱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부분은 '플라핑'이 경기 흐름에 악영향을 줄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만약 심판이 선수의 속임 동작에 속지 않았다고 가정하자.

심판을 속이지 못한 선수는 반칙이 아니냐며 항의한다. 이에 벤치가 호응해 감독과 코치들도 목소리를 높인다.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않는 한 리플레이를 못 보는 현장 관중들은 이같은 장면을 보면서 판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처럼 '플라핑'에서 비롯된 악순환을 그동안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선수의 과장된 동작이 TV 생중계 리플레이를 통해 공개되면 곧바로 조롱의 대상이 된다. 인터넷에 금방 퍼진다.

이는 선수 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에 안 좋은 이미지를 심어준다. 이미 많은 농구 팬들은 KBL을 '플라핑'이 자주 나오는 리그라고 인지하고 있다.

지금은 KBL 무대를 떠난 외국인선수 로드 벤슨은 지난해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농구는 거칠게 플레이하는 경기다. 그 과정에서 한국 선수들의 플라핑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거짓으로 부상 부위를 짚으면서 반칙을 유도하는 부분이 너무나 크게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KBL도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지난 시즌부터 비디오 리뷰를 통해 속임 동작을 한 선수에 벌금을 부과하는 사후 징계 방식을 채택했다.

다가오는 2019-2020시즌부터는 라운드별로 주요 '플라핑' 사례를 모아 영상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속임 동작 근절을 위한 더욱 강력한 대책이다.

몇년 전부터 페이크 파울 영상을 공개해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줘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구단들은 선수에게 과도한 비판이 쏟아져 플레이가 위축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코트에서 속임 동작을 몰아내겠다는 KBL의 의지는 확고하다. KBL 관계자는 "선수가 창피하게 느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구단은 우려하고 있지만 이제 계도 기간은 끝난 것 같다"고 밝혔다.

영상 공개와 관련해 KBL과 구단들 사이에 구체적인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는 않았다. KBL은 선수의 심각한 이미지 훼손을 우려하는 구단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플라핑'이 정당하지 않다는 사실은 모두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개선 노력이 뒷받침돼야만 한다. KBL 심판부 관계자는 "습관 때문이다. 비시즌에 선수들을 만날 때마다 습관을 고쳐 달라는 부탁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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