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최근 PK(부산·울산·경남) 지역구 의원들과의 권역별 오찬에서 "정 교수가 구속되면 그땐 한 번 더 종합적으로 검토해 봐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대표의 발언은 최근까지 '조국 사수'에 흔들림이 없었던 당의 기류에서 한 발 물러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대표는 PK 지역구 의원들과 오찬 후 열린 정책의총에서도 모두 발언에서 "지금 이 상황이 오니까 본인들도 수습을 해야 하고, 정부도 수습을 해야 하고, 당도 수습을 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데다 다음주로 다가온 국정감사가 '제2의 조국 대전'으로 번질 것이라는 부담감도 있다. 여야는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체회의에서 조 장관의 가족의 증인 채택 여부를 두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물론 당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당 대표실 핵심 참모는 "이 대표가 말한 '종합적 검토'는 정 교수가 구속된다는 가정 하에 검찰과 법원의 구속영장 청구‧발부 사유 등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라며 "영장 발부사유가 구체적인 사유에 대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도주 우려에 관한 부분 등이라면 법정에서 충분히 법리 다툼을 할 여지가 있어 유죄라고 단정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 지도부는 여전히 조 장관 유임에 대한 입장 변화가 없다"며 "이 대표의 발언은 원론적인 얘기"라고 부연했다.
정 교수가 펀드운용 등에 개입한 정황이 뚜렷하고 조 장관도 이를 인지했다는 내용이 나온다면 조 장관에 대한 당의 입장을 바꿀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정 교수가 구속되더라도 조 장관을 사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민주당 지도부 일각에서는 내심 검찰과의 승부에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한다.
당 지도부는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지만, 지금까지 조 장관을 탈탈 털어서 미세먼지만 나온 게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조 장관의 사퇴 여부와 상관없이 정 교수의 구속 여부를 기점으로 검찰 개혁을 전면에 내세우며 상황 반전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조 장관 거취에 대한 판단은 검찰 수사를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면서 "다면 이번 수사로 검찰 개혁의 필요성이 부각된만큼 이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는 조 장관 주변에 대한 수사가 검찰개혁에 저항이라는 인식과 닿아있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검찰수사를 규탄하며 당에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조 장관 관련 수사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두고 검사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심 끝에 조 장관을 '데스노트'에 올리지 않기로 했던 정의당도 정 교수의 구속 여부를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정의당은 정 교수가 구속 여부에 따라 조 장관을 둘러싼 여론의 향배도 갈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지난 21일 "검찰 수사를 주목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수사 내용에 따라 조 장관에 대한 입장을 번복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장관 배우자의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경우에는 머뭇거리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으로 풀이된다.
데스노트 여파로 정의당의 지지율은 계속 떨어져 3위 자리도 바른미래당에 내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