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현대차의 대규모 투자 기사에 중소기업 '비제이씨'의 최용설 대표는 착잡한 심정이다.
그는 지난 2003년 차량 도색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를 제거하는 미생물제를 현대차에 납품해왔으나 지난 2014년 현대차가 경북대학교와 함께 자신의 미생물제를 몰래 분석해 유사제품을 만든 뒤 거래를 끊었다며 이는 기술탈취에 해당하는만큼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주장을 억지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이, 지난해 특허청이 '현대차에 의한 기술탈취'라며 그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당시 특허청은 비제이씨의 미생물제 구성은 자동차 도장업계에는 알려지지 않은 기술자료이며, 해당 미생물제를 분리하면 이와 유사한 제품을 만들 수 있어 미생물제 자체가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자료라고 판정했다.
이어 현대차와 경북대가 만든 미생물제는 당초 10가지 후보 미생물 가운데 2가지만 비제이씨의 미생물을 사용할 방침이었지만 5가지로 늘었다며 이는 비제이씨의 미생물제를 분리해 미생물 종류를 알아낸 뒤 효과가 좋은 미생물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새 미생물제를 만든만큼 기술탈취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 현대차는 비제이씨에 피해를 배상하고 경북대와 만든 새 미생물제는 폐기하라고 권고했다.
당시 특허청은 '아이디어 탈취 금지법' 개정 이후 1호 사건이라며 보도자료까지 낼 정도로 '현대차의 기술탈취'를 확신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기업기술분쟁조정위원회'도 현대차에게 배상을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배상 권고를 거부했고, 최 대표는 승소를 자신하며 지난 2016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민사소송 결과는 정부의 판단과 판이했다. 비제이씨가 현대차에 건넨 각종 자료들은 이미 공지된 것이거나 관련 업계에서는 알려진 사실로 기술탈취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기각한 것.
또한 비제이씨가 현대차에 납품한 각종 미생물제는 기술자료에 해당하지만 비제이씨 역시 미국 업체로부터 수입해온 것인만큼, 온전히 비제이씨의 영업비밀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미국 업체로부터 독점공급 받아 사실상 영업기밀에 해당한다는 비제이씨의 주장도 독점공급 확인서의 서명이 다르다는 이유로 위조가능성을 제기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서류는 미국에서 공증까지 받은 서류였다.
최 대표는 "특허청 조사에서는 현대차와 경북대가 우리 회사 미생물제를 분리분석해 구성물질을 파악한 뒤 이를 참고해 새 미생물제를 만든 과정에 집중해 기술탈취 결론을 내렸지만 법원에서는 이런 과정을 전혀 들여다 보지 않았다"며 "(법원이) 현대차의 주장만 받아들인 셈"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차는 기술탈취가 아닌 점은 명백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1심 뿐만 아니라 2심에서도 기술탈취가 아니라고 판결했다"며 "최 대표의 (기술 탈취)주장은 한마디로 주장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허청의 조사 결과는 적용 법 자체가 달라 기술탈취와는 '문맥'이 다르다"며 "특히 2심은 특허법원이 담당한만큼 특허청의 조사내용까지 포함해 제대로 판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현대차는 최 대표의 영업비밀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 내내 '현대차와 비제이씨간의 공유된 자료'임을 주장했다.
실제로 악취의 원인을 찾기 위해 실시된 현장 실험에 현대차도 비용을 댔고 다른 협력업체를 고용해 실험결과를 체크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실험결과도 비제이씨에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현대차에게 귀속되고, 당연히 비제이씨가 건넨 각종 실험자료들이 현대차에게는 영업비밀이 될 수 없다고 반박해왔다.
한편 최 대표는 1,2심 결과에 불복해 다음주 중 대법원에 상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