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6차 사건이 발생한 이후 탐문과 행적 조사 등을 통해 이춘재를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했다.
6차 사건은 1987년 5월 9일 오후 3시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진안리의 한 야산에서 주부 박모(30,여) 씨가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된 채 발견됐다.
경찰은 주민 진술 등 첩보를 통해서도 이춘재를 의심하고 지휘부에 "유력한 용의자로 보이는 인물이 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6차 사건 전에 확보한 증거물을 통해 추정한 용의자의 혈액형과 족적이 다르자 수사 선상에서 제외했다. 당시 경찰이 추정한 용의자의 혈액형은 B형, 이춘재는 O형이었다.
6차 사건 현장에서 확보한 체액 등 증거물도 당시 과학수사 기술로는 이춘재의 DNA와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도 없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DNA 분석 기술을 수사에 첫 도입한 시기는 마지막 10차 사건이 발생한 지 4개월이 지난 1991년 8월이었다.
대신, 7차 사건은 6차 사건 이후 1년 4개월 만에 발생했다. 1차 사건부터 6차 사건까지 짧게는 이틀, 길게는 4개월 만에 일어난 것과 비교하면 한동안 잠잠했던 것이다.
이춘재는 8차 사건과 10차 사건 이후 2차례 더 조사를 받았지만 또 다시 경찰의 수사망을 빠져 나갔다.
이춘재는 1994년 충북 청주에서 처제 A(19) 씨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당시 화성 연쇄살인 사건 중 마지막 사건이 발생한 지 3년 뒤다.
영화 '살인의 추억'의 실제 주인공이자 이 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하승균(73) 전 총경 등 전·현직 경찰관들은 대부분 이춘재를 기억하지 못했다.
당시 경찰은 2만 1천280여명에 달하는 용의자를 조사하고 4만 100여명의 지문을 대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