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 원인, 탁도계 고장 아닌 '조작'

경찰,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 직원 7명 입건

인천 공촌정수장의 활성탄 흡착지(사진=인천시 제공)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 당시 수돗물의 탁한 정도를 측정하는 탁도계가 고장이 난 것이 아닌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 공무원들이 고의로 껐던 사실이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인천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붉은 수돗물 사태 당시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 공촌정수장 소속이었던 A씨 등 2명을 공전자기록 위변작 및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은 또 상수도사업본부 직원 B씨 등 5명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A씨 등은 지난 5월 30일 인천시 서구 공촌정수장 급수구역에서 남동구 수산정수장의 물을 대체 공급하는 '수계전환'을 하는 과정에서 공촌정수장의 탁도를 측정하는 기계 작동을 임의로 끈 혐의를 받고 있다.


탁도계는 가동을 멈추면 기계에 표시되는 탁도 수치 그래프가 일시적으로 정상으로 표시된다.

경찰은 최근 A씨 등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지난 20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일단 불구속 상태로 A씨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6월18일 '붉은 수돗물 사태'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탁도계 고장으로 정확한 탁도 측정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지난 7월 11일 인천시 서구 공촌정수장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 정수장의 탁도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하고 현재 정상인 탁도계가 사태가 악화하는 시점에는 왜 고장이 났었는지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탁도계가 고장난 게 아니라 임의로 누군가가 작동을 멈췄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공촌정수장 탁도계는 수돗물 탁도 수치가 0.12NTU 이상일 때 경보음이 울리도록 설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NTU는 탁도 측정 단위다. 음용수의 경우 수질 기준을 0.5NTU 이하로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공촌정수장 탁도는 평균 0.07NTU이지만 지난달 수계전환 이후 30분 만에 최대 0.24NT로 3배 수준까지 늘어났고, 별도의 조치 없이 붉은 수돗물이 각 가정으로 공급돼 사태가 악화했다.

경찰은 이달 말로 예정된 인천시의 붉은 수돗물 피해 보상 접수가 마무리되는 대로 최종 피해 인원을 확인해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추가해 A씨 등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붉은 수돗물 사태는 지난 5월 30일 서울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의 전기설비 검사 때 수돗물 공급 체계를 전환하는 수계전환 중 수도관 내부 침전물이 떨어져 나가면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일반 가정은 설거지·빨래·샤워 등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었고 학교는 급식에 차질이 빚어졌다. 식당·카페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영업에 타격을 입었다.

인천시는 붉은 수돗물 피해 규모를 공촌정수장 급수구역에 포함된 26만 1000가구, 서구·강화·영종 지역 63만 50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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