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대 등에 따르면 이 대학 국어국문과 소속 현대문학 전공 교수들은 표절 의혹으로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연진위) 조사를 받는 같은 과 박모 교수의 교수직 사퇴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최근 대자보 형태로 교내에 게시했다.
이들은 "박 교수가 학생을 상대로 '명예훼손 금지에 대한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 지극히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박 교수가 사퇴해야 마땅하다는 학과 공식 입장을 다시금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한 데는 학교 당국의 미온적 대처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와 징계위원회의 조속하고 합리적인 대응을 촉구한다"고 썼다.
입장문 작성에 참여한 국어국문과 A교수는 "자신의 표절을 제보한 학생에게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선생으로서 본분을 저버리는 행위"라며 "본인이 교수 직업을 계속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했다.
A교수는 "2017년 국어국문학과는 전체 교수회의에서 박 교수가 사퇴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정했고, 이달 중순 다시 전체 교수회의를 열어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박 교수의 표절 의혹은 과거 그의 지도를 받은 대학원생 A씨가 2017년 대자보를 통해 학내에 고발하면서 처음 제기됐다.
의혹을 조사한 연진위는 2000∼2015년 박 교수가 발표한 논문 11편과 단행본 1권에 대해 "연구진실성 위반 정도가 상당히 중한 연구 부정행위 및 연구 부적절 행위"라고 지난해 결론내렸다.
관련 학회인 한국비교문학회는 서울대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논문 2편에 대해서도 올해 5월 '중대한 표절' 결론을 내놨다. 학회는 박 교수를 학회에서 제명하고 해당 논문 2편의 게재를 취소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학교에서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논문 8건도 표절이라고 주장하는 대자보를 학내에 게시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지난 4월께 제자 A씨를 상대로 법원에 명예훼손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대자보를 내리지 않을 경우 하루 100만원의 강제이행금을 부과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학부생들도 박 교수를 비판하고 나섰다.
국어국문학과 학부생들은 이달 초 발표한 입장문에서 "박 교수가 표절 사태를 축소하고, 새롭게 제기된 의혹들을 명예훼손 소송으로 덮으며 피해자를 농락하고 있다"며 "표절 사태와 이에 대한 축소 시도, 여론을 왜곡하고 기만한 사실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직위해제 상태인 박 교수는 올해 초 추가 표절 의혹이 제기돼 다시 연진위 조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