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K 기술 상호비방, 왜?…삼성-LG 갈등사

LG전자, 삼성 QLED TV 허위·과장광고 신고…삼성 "단호히 대응"
TV·디스플레이·세탁기 다툼, 법정까지 격화됐다가 일단락 반복
주도권 경쟁·업계 선두 부각 효과도

(사진=연합뉴스)
LG전자의 선전포고로 촉발된 삼성전자와의 8K 설전이 상호 비방을 넘어 허위광고 신고로 이어지며 두 회사의 'TV 전쟁'이 재연됐다.

라이벌의 숙명처럼 두 회사 모두 '단호한 대응'을 예고하면서 다른 가전 등으로 전선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LG전자는 삼성전자의 QLED TV 광고는 허위·과장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이달 초 독일에서 열린 가전 전시회 IFA에서 삼성전자 QLED TV를 자사 제품과 나란히 전시한 뒤 전장터를 국내로 옮겨와 기술 설명회로 노골적인 비방을 하다 더욱 공격성을 드러낸 것이다.

LG전자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라면서 "필요한 대응을 단호하게 할 것"이라고 추가 조치를 예고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도 당일 입장문을 내고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반발했다. IFA 현지에서는 무시 전략을 썼지만, 태도를 바꾼 것이다.

50~60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삼성과 LG(옛 금성)의 반목은 지난 1992년 브라운관 TV 시장의 특허권을 둘러싸고 소송전을 벌이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후 2012년 디스플레이 소송을 벌이면서 2라운드로 전개됐고, 때론 임직원들에 대한 수사와 기소, 손해배상 맞소송 등으로 격화됐지만 합의를 통해 일단락이 되기를 반복했다.

2017년에는 삼성전자가 유튜브에 'QLED 대 OLED, 12시간 화면 잔상 테스트'라는 제목의 영상으로 사실상 LG전자의 OLED TV를 공격하면서 앙금은 다시 남게 됐다.

이로부터 2년이 지나 LG전자는 IFA와 국내 설명회 사이 광고를 통해 "백라이트가 필요한 LED TV는 LG 올레드 TV를 흉내 낼 수 없다"는 노골적 메시지와 영상으로 삼성전자를 자극하며, 논쟁의 불씨를 지펴왔다.

두 회사의 신경전은 TV 뿐만 아니라 세탁기와 냉장고 등에서 신제품 경쟁이 붙을 때마다 팽팽했다.

5년 전 IFA 행사 때는 삼성전자가 당시 LG전자 사장이던 조성진 LG그룹 부회장을 재물손괴 등 혐의로 수사 의뢰한 적도 있었다.

삼성전자는 기존 드럼세탁기와 달리 도어가 170도까지 활짝 열린다는 드럼세탁기를 홍보하고 있었는데 조 사장이 세탁기 도어를 열고 눌러보며 살펴본 뒤 고장이 났다는 이유에서였다.

LG전자는 삼성 측을 증거위조 등 혐의로 맞고소 했다. 조 사장은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양사의 싸움이 극단에 치달은 사례로 회자된다.

두 회사는 냉장고 용량 비교 광고 등을 두고 법적 분쟁을 이어가다 법원의 중재와 협상에 따른 소 취하 등을 하기도 했다.

자존심 대결과 CEO까지 나서 사투를 벌이면서 때로는 진흙탕 싸움과 법정 공방을 거쳐 봉합되는 수순을 밟아온 셈이다.

이번 8K TV전쟁은 향후 시장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여론전 성격이 짙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집안 싸움이라고 지적하는 시선도 있지만, 혁신 기술을 두고 두 회사의 존재감만 더욱 부각되면서다.

LG화학의 배터리 소송전, LG디스플레이의 CEO교체·희망퇴직 등 공격적이면서도 단호하게 현안에 대응해가는 구광모 체제의 달라진 LG 모습이 반영됐다는 시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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