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본, 'WTO 제소' 양자협의 응하기로"

합의 쉽지 않을 듯…WTO 제소 단순 대응 전략일 가능성

(그래픽=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20일 현재 한국 정부가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건에 대해 양자 협의에 응하겠다는 방침을 표명해왔다. WTO 분쟁 해결 절차를 따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WTO 제소 대응 전략의 일환인지 아니면 한국과의 무역 분쟁에서 '출구전략'을 찾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양자 합의가 결렬되면 WTO가 사건을 심리하는 패널을 설치하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 당국자는 이날 "무역분쟁이 발생할 경우 우선 양자협의를 하도록 돼 있는 WTO 규정에 따라 일본 정부가 한국의 협의 요청에 응한다는 방침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이로써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 통상분쟁에 대한 양측의 협의가 첫 발을 떼게 됐다.

당사국 간 양자협의는 WTO를 통한 분쟁 해결 절차의 첫 단계로, 한국은 스위스 제네바 현지시간 11일 주제네바 일본대표부와 WTO 사무국에 양자 협의 요청서를 발송했고 일본이 이를 확인하면서 WTO 제소 절차는 이미 시작된 상태다.

피소국이 양자협의 요청서를 수령한 날로부터 10일 이내 회신을 해야 하는데 일본은 기한 하루를 남겨놓고 9일 만에 수락 의사를 밝혔다.


양자협의 수락은 WTO 피소에 따른 일상적 절차로 일본이 과거 WTO에 피소됐을 때 양자협의에 불응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 한국에 대해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핵심소재의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것이 부당하다며 양자 협의 요청서를 발송했다.

요청서에는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소재 3개 품목의 수출 규제와 관련 기술 이전을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전환한 조치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는 앞으로 일본과 시간과 장소를 조율해 양자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양자협의는 원칙적으로 요청서 발송후 30일 이내 개시하도록 돼 있으며 2개월 동안 진행할 수 있다.

이때 일본과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은 WTO에 제3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재판부에 해당하는 패널(분쟁처리위원회) 설치를 요구할 수 있다.

양자협의를 포함해 패널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통상 15개월 정도 걸린다. 패널 결과에 한쪽이 불복해 최종심까지 가면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2~3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일본이 양자협의 수락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대표단을 누구로 할지도 조만간 협의해 결정해야 한다.

WTO 분쟁 초반의 양자협의가 고위급에서 이뤄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앞서 일본이 한국의 조선업 지원 조치에 대해 WTO에 제소했을 때도 과장급 협의가 진행됐다.

현재로선 한국과 일본의 입장 차이가 커 양자협의 만으로 분쟁이 해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가 정치적 동기에 따라 이뤄진 것이며 한국에 대한 차별적 조치라고 비판하고 있고,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수출 관리를 적정하게 한 것일 뿐 WTO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 일본 경제산업상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조치가) WTO 협정과도 정합적(맞다는)이라는 지금까지 일본 정부의 입장은 변함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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