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정문성 부장판사)는 김 전 서장의 공소사실 가운데 위증에 대해서만 일부 유죄를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지난 2012년 김 전 서장이 국정원 연락관(Intelligence Officer·IO) 안모씨와 나눈 통화내용을 살펴볼 때 수사상황을 누출했다고 볼 만한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김 전 서장이 안씨에게 노트북 분석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며 파일 복원 여부를 말한 것은 특정 파일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삭제된 파일이 복원될 수 있다고 말한 것에 불과하며 이는 다수가 알고 있는 사항"이라며 "수사한 비밀을 안씨에게 보여준 것으로는 보기 어려우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기밀누설로 볼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김 전 서장이 "수서경찰서에는 노트북을 분석할 만한 장비가 없어서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담당)한다", "노트북에 관한 분석을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전달한 부분 등도 역시 사건 보도를 접한 일반인들이 모두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의 일반적 내용이라고 봤다.
김 전 사장이 안씨에게 지난 2012년 12월 '중간 수사결과' 보도자료를 본래 배포시점보다 30분 이르게 팩스로 송부한 사실을 두고도 "객관적, 일반적 입장으로 외부에 알려질 때 상당한 이익이 있거나 보호할 가치가 있는 상당한 비밀이라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김 전 서장의 기밀 유출 상대로 지목된 안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아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무혐의'의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안씨는 검찰 진술시 처음에는 해당 노트북에서 삭제된 파일이 발견됐고 정치 개입이 의심된다고 말했던 게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었다고 이야기했다가 다음 진술부터는 김 전 서장으로부터 들었다고 말을 바꿨다"며 "당시 국정원 직원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정보인데 착각이 있었다고 하는 게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 전 청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재판에서 김 전 서장이 경찰과 국정원 직원 김모씨의 대치상황 등에 대해 한 증언 일부는 위증 혐의가 인정됐다. 당시 김 전 서장은 '김씨가 국정원 직원인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서장은 안씨와 여러 번 통화하며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안전 문제 등을 이야기했다"며 "안씨는 김씨의 주거지가 밝혀진 상황에서 김씨의 신분을 밝히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증언내용이 해당 재판의 중요한 쟁점이 아니었다 해도 허위사실을 증언한 데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면서도 "형사처벌 전력이 전혀 없는 점,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국정원 직원과 연락한 사실에 대한 비난을 덜고자 한 의도였다는 점은 참작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서장은 지난 2012년 대선 관련 '댓글 공작' 의혹을 받은 국정원 여직원의 노트북을 분석하는 등 수사상황을 국정원 관계자에게 알려준 혐의(공무상 기밀 누설)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