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닫은' 화성 용의자…자백 받을 수 있을까

범죄심리 전문가들 "자백 가능성 낮아"
경찰, 객관적 증거 보강해 실체적 진실 밝힐 것

(사진=자료사진)
경찰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교도소에 수감중인 이모(56)씨를 특정한 가운데 33년 동안 미궁에 빠졌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지 주목된다.

하지만 이씨는 경찰이 제시한 DNA 감정 결과를 보고도 혐의 일체를 부인하고 있어 수사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화성 사건 피해자 10명 중 3명의 현장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가 이씨의 DNA와 일치한다는 단서를 확보했다.

국과수 감정결과 이씨의 DNA는 모두 10차례의 화성사건 가운데 5‧7‧9차 사건의 증거물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했다.

DNA 감정 결과는 현재까지 경찰이 확보한 유일한 단서지만, 이씨의 DNA가 나온 세 사건의 증거물이 피해여성들의 속옷 등이라는 점에서 적어도 해당 사건들에 대해 이씨의 범행을 증명할 유력한 증거다.

한 경찰 관계자는 "현재의 과학수사에서 DNA가 일치한다면 범인일 확률은 99.9%"라고 말했다.

◇ 범죄심리 전문가들 "자백 가능성 낮아"

18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현재 수감 중인 A(50대) 씨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 (사진=연합뉴스 제공)
하지만 10차례의 사건 중 모방범죄로 확인된 8차 사건과 DNA가 검출된 세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6건의 경우 이씨의 연관성을 증명해줄 단서는 아무 것도 없다.


따라서 경찰이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서는 이씨의 자백을 받아내거나 또다른 결정적 증거들을 찾아내야 한다.

이씨가 자백해 다른 사건들에 대해서도 범행 경위 등을 털어놓는다면 수사가 급진전할 가능성도 있지만, 지난 18일 이뤄진 첫 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혐의 일체를 부인했다.

범죄심리 전문가들도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돼 재판에 넘겨 죄를 물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이씨가 자백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했다.

경기대 이수정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공소시효 만료로) 이씨는 현재 피고인도, 피의자도 아니다"라며 "재판도 안 받는데 자백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무기수지만 1급 모범수로 알려진 이씨가 가석방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더욱더 가석방 심사에 악영향을 미칠 자백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손수호 변호사는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20년 이상 복역하면 모범수인 경우에 가석방이 가능하다"며 "가석방을 노리고 입을 꾹 다물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경찰, 객관적 증거 보강해 실체적 진실 밝히겠다
자백 가능성이 낮다면 일단 5‧7‧9 차례 사건의 과학적 증거를 확보한 경찰로서는 나머지 사건들에서도 객관적 증거를 찾아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30년이나 지난 사건이고, 증거자료들도 워낙 방대해 추가 증거를 확보하는 것 자체가 녹록치는 않은 실정이다.

경찰은 DNA 감정결과 외에도 이씨의 본적지가 화성연쇄살인이 발생했던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인 것을 확인했다. 이씨가 사건 발생 당시 화성 본가에 거주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정황 증거일 뿐 직접 증거는 아니다.

이에 경찰은 나머지 사건들의 현장 증거물에 대해서도 국과수 감정을 의뢰했으며, 그 결과에 어느 정도 기대를 걸고 있다.

경기남부청 한 관계자는 "1차 조사는 좀 급하게 진행된 면이 있다. 이씨의 진술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며 "동시에 다른 증거를 찾기 위해 오래되고 방대한 수사자료들을 전부 재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