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표창원 의원(더불어민주당)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특정됐습니다. 이 사건 현장, 9차 사건의 현장에 직접 계셨던 분의 목소리를 들어보려고 하는데요. 민주당 표창원 의원 만나봅니다.
◇ 김현정> 표창원 의원님 갑자기 연락드렸는데 이렇게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우선 표 의원님이 그 9차 사건에 투입될 당시 어떻게 투입되셨고, 어떤 일을 맡으셨고, 어떤 일이 기억을 가지고 계시는지, 그것부터 말씀해주시겠어요?
◆ 표창원> 제가 1989년에 경찰에 임명이 돼서 1년간 제주도에서 소대장 근무를 하고 1990년 7월부터 화성 경찰서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화성 경찰서의 제 6기동대 소대장으로 근무를 했었는데, 워낙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니까 저희 중대는 계속해서 현장보존 그리고 여성분들의 안심귀가, 검문검색, 이런 일들에 투입이 됐구요. 저는 이제 수사진 분들 계속 찾아뵙고 같이 논의를 하고 도움을 드리려 노력했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구요. 9차 사건, 14살 김모양 중학생 사건이 바로 그때 발생을 해서 너무 충격을 받았고, 그 사건 현장보존을 하고 증거수색을 했었죠.
◇ 김현정> 그런 일을 하셨군요. 8차와 10차가 다른 사람에 의한 모방범죄로 드러났고 이 진범의 연쇄살인 중 사실상 마지막 9차 범죄 현장에 계셨던 건데, 그 현장이 기억이 나세요?
◇ 김현정> 발견된 곳이 소나무 숲이었습니까?
◆ 표창원> 야산에 옆에 소나무가 있었구요. 좀 언덕 바지였고, 들풀들이 있었습니다.
◇ 김현정> 조금 전에 손수호 변호사가 설명해 주셨는데, 갈수록 범행 수법이 잔혹해졌다. 그렇다면 9차가 가장 잔혹했다는 건데, 경험이 많은 경찰이 보기에도 이건 정말 살인사건 중에서도 진짜 잔혹하다. 정말. 나쁜,.. 나쁜 놈이구나 라는 잔혹함이 현장에서도 느껴졌습니까?
◆ 표창원> 너무 참혹했죠. 분노를 넘어서 도저히 감정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는데요. 어린 여학생의 신체에 도저히 할 수 없는 그런 행위들을 하고 이물질을 넣고, 또 도시락 통에 있던 것들도 활용하고, 학용품도 그렇고.. 아.. 도대체 인간이 그런 짓을 할 수 있나 하는 느낌들이 경찰관 전체에 퍼져 있었구요.
◇ 김현정> 인간이 이렇게 까지 할 수 있나 하는 잔혹함, 경찰이 보기에도.
◆ 표창원> 네네
◇ 김현정> 표의원님 그래서, 그때 이미 9차 사건까지 갔을 때는 온 전국이 이 사건 범인을 잡아야한다. 화성 시민들이 다 떨고 있고 이런 상황 아니었습니까? 정말 많은 인력이 투입되어서 수사를 했는데, 왜 못 잡은 거예요?
◆ 표창원> 여러 가지가 있죠. 우선은 그 당시에 경찰의 수사 시스템, 초동 조치라고 늘 이야기 하죠. 처음에 신고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을 철저하게 보존해야하는 기본이 잘 안 지켜졌구요. 그리고 두 번째는, 4건이 발생할 때까지 연쇄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 김현정> 4차 때까지 연쇄가 아니다. 같은 범인의 범죄라고 인정하지 안 했어요?
◆ 표창원>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았죠. 그러면 사건이 커지고 정권이 부담되고. 그 당시 독재정권하 이고 그랬으니까요. 늘 그래왔습니다. 그래서 사건발생 할 때마다 해당 지역에 파출소장 이런 분들은 오히려 이 사건이 연쇄성이 아님을 드러내기 위해서 빨리 시신을 치우기도 하구요. 그래서 초기현장 증거확보에 대단히 어려움이 컸구요. 그 다음에 세 번째로 그 당시 저희들이 분석하기로는 너무 많은 수사 인력이 좀 정돈되지 않게 투입이 되었다.
◇ 김현정> 아, 많이 투입이 되었지만 체계적으로 않았다.
◆ 표창원> 네 너무 많이 투입이 되었고, 서로 경쟁적이었구요. 그래서 서로 조율돼서 첩보 정보를 나누거나 함께 연합 합동 수사를 하면 좋았을 텐데, 오히려 여러 팀들이 수사를 함으로써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했고요. 그리고 화성 사건이 발생하던 당시에 영국 레스터대학교 알렉 제프리(Alec Jeffreys) 교수가 DNA로 신원확인을 하는 기법을 개발했거든요. 우린 그때 그것이 도입되지 않았었죠.
◇ 김현정> 아 그땐 아예 없었어요? 훼손이 돼서 못한 게 아니라, 아예 DNA를 가지고서 뭘 발견하고 이런 것 자체를 할 수 없었다?
◆ 표창원> 몰랐죠. 몰랐고, 86년경에 외신들에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국과수 연구원, 뭐 저도 그랬지만 이메일도 보내고 영국에 접촉을 했습니다. 어떻게 그것을 도입될 수 있나. 그 이후에 화성 사건을 계기로 해서 DNA 수사 기법이 도입이 되었죠. 장비도 도입이 되고요. 그러다보니 초기에 확보할 수 있었던 DNA 증거들이 많이 유실이 됐구요. 다행스럽게도 이번에 검거가 가능하게 된 현장 증거가 보존이 된 것이, 영국의 수사기법이 알려지면서 현장 증거물들을 보존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거든요.
◇ 김현정> 언젠가 우리도 (수사) 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버리지 말자.
◆ 표창원> 그리고 실제로도 우리는 없었지만, 가까운 일본에는 있었어요. 일본에 현장 채취물들을 보냈었는데 당시에 일본의 DNA 수사 기법이 그다지 발전하지 못했었거든요. 그래서 DNA 검출 실패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실 초기 수사에 상당히 난항을 겪었구요.
◇ 김현정> 네 그랬군요. 그래서 결국은 잡지 못했던 범인을, 어제 이모씨 50대 용의자. 처제 강간범으로 지금 이미 무기징역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모씨를 경찰이 발표를 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화성 사람이 아닌 충청도 사람이고, 뭔가 그 당시 수사를 했던 사람으로서는 저희가 느끼는 감정과는 다른 감정을 느끼셨을 거 같은데.
◆ 표창원> 우선은 좀 믿기지 않았구요. 갑자기 확 다가와서 충격적이고 반가우면서도 이게 가능한 일인가 불신도 들었구요. 이게 30년 이상 무력감 때문에 영국 유학에 책도 쓰고 이 사건을 놓치지 않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혀 예상 못했던 검거라 그런 생각이 처음 들었는데요. 근데 천천히 보도를 보니까 그냥 추측이나 사람 진술이 아니라 현장 보존 시료에서 채취한 디엔에이와 수감 중인 성폭행 범죄자 이모씨와의 디엔에이가 일치한다는 것을 보면 더 의심 가질 이유가 없는 거구요. 그리고 저뿐 아니라 많은 전문가들이 화성사건 범인은 셋 중 하나일 것이라고 여겼어요. 하나는, 죽었을 것이다. 또 하나는 다른 범죄를 또 저지르고 수감돼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상당한 진화 과정을 거쳐서 안 들키고 지금도 범죄를 저지르고 있을 것이다. 셋 중 하나라고 봤거든요. 그런데 이제 안심이 됐죠. 들키지 않고 지금도 범행을 저지르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게 밝혔으니까요.
◇ 김현정> 그러니까요. 참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건 잡혀 있었구나 라는 점이다, 이런 말씀. 연쇄살인범이 저지른 8개의 범행 중에 3개 범행의 디엔에이가 일치했거든요. 이 정도면 그 사람이 연쇄살인범이라고 경찰이 봐도 되는 수준인가요 아니면 더 나와야 하는 건가요?
◆ 표창원> 일단 두 건 이상이면 연쇄살인범이니 연쇄살인범은 확실하구요. 그 당시 10건 중 모방 사건 하나 빼고 그리고 한 두건 정도 해당이 안 될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전체 10건 전체 다라고는 보기 어렵지만, 3개가 확인됐다면 디엔에이 채취 안 된 사건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봐도 크게 무리는 없을 거라고 봅니다.
◇ 김현정> 그때도 젊은 사람이 범인일 거라고 봤어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표 의원은 이 사건이 터진 다음에 범인을 잡지 못한 데에 실망을 하고 영국으로 유학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 표창원> 네, 그 이후에 부천에 가서 형사로 좀 더 생활을 했지만, 결국 씻어내고 극복하지 못하고 현장을 떠났죠.
◇ 김현정> 그랬죠. 그렇기 때문에 더 남다른 기억을 가진 화성연쇄살인 사건. 혹시 여기 패널로 있는 손수호 변호사님이나 유창수 피디는 질문이 혹시 있나요?
◆ 유창수> 저는 여쭙고 싶은 게, 범인이 특정됐다고는 하지만, 공소시효가 지나서 처벌도 안 되고 강제소환도 안 되는 상황에서 범인이 밝혀지는 게 오히려 안타깝지는 않은지 여쭤보고 싶네요.
◆ 표창원> 네 안타까움이 대단히 크지만요. 그래도 기소나 처벌만이 수사의 목적은 아니거든요. 진실규명 그리고 피해자 원혼과 유가족의 한을 풀어드릴 수 있구요. 또 아시다시피 최근에 포천 여중생 사건 등 미제 사건들을 놓고 화성 사건 범인이 동일범 아닌가 하는 의문들도 있었거든요. 그 부분을 떨어낸 것도 큰 도움이구요. 수사에도 부담을 덜고 사회의 공포심도 줄어들거든요. 그래서 안타까움도 크지만 상당히 성과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네, 표창원 의원님, 바쁘신 중에 이렇게 불쑥 연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표창원>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