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전액 손실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이달부터 시작되는 DLF 만기가 줄줄이 쏟아지면서 손실이 확정된 고객들의 금융감독원 분쟁 조정 민원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올해 말까지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F 만기 18차례 줄줄이 도래
우리은행은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F 수익률을 최종 -60.1%로 확정하고 고객들에게 확정된 수익률 안내장을 발송했다. 손실액을 차감한 투자금은 이날 만기 입금된다. 만약 최소 금액 1억원을 기준으로 본다면 4000만원을 건진 셈이다.
우리은행은 총 19회차에 걸쳐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F 상품을 1266억원 어치 팔았다. 이 가운데 만기가 19일인 DLF 잔액은 131억원으로, 총 손실액은 78억원이다.
이 상품은 만기 때 금리가 -0.20% 이상이면 연 4~5% 수준의 수익을 보장하지만, 그 밑으로 떨어지면 -0.10%마다 20%씩 원금 손실을 보기 시작해 -0.70%이하가 되면 원금 전액을 날리게 된다.
독일 국채금리는 한 때 -0.7%까지 하락해 사실상 원금 전액을 날릴 뻔 했지만 이달 들어 국채금리가 반등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하지만 첫 만기가 이제 시작됐고 올해 말까지 앞으로 18회차에 걸쳐 줄줄이 만기가 도래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독일 국채금리가 -0.2% 이상으로 회복되지 않는 한 원금 손실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오는 24일과 26일 도래하는 DLF 만기 금액은 240억원 규모다. 10월에는 303억 2900만원, 11월에는 558억 6700만원이 판매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리가 깜짝 반등한 부분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미중 협상에서 스몰딜이라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기대감 때문이었다"면서 "만약 미중 협상이 되돌이표처럼 악화된다면 경기 침체 우려는 더욱 커질 것이고 안전 자산 선호 때문에 채권 금리는 더 하락할 지도 모른다. 굉장히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금감원 "최대한 빠른 시일 내 DLF 분조위 열 것"
만기가 도래해 손실이 확정되면 금융감독원에 분쟁 조정 민원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분쟁 조정은 손실이 확정된 민원만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손실이 확정되지 않았는데 민원을 넣었어도 분쟁 조정을 할 수 없다.
금감원은 DLF 사태 해결을 위한 분쟁 조정을 최대한 서두르겠다는 방침이다. 분쟁 조정 사례가 나오면 이를 감안해 다른 투자자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비율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키코 분쟁조정위도 아직 열지 못한 만큼 DLF 분쟁조정위를 언제 열겠다는 일정은 확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언론 보도를 보고 분쟁 조정 신청이 들어왔지만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투자자들이 상당수여서 조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만기가 도래한 만큼 민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속도를 높여 분쟁 조정 사례를 만들고 추후 배상 비율 결정에 참고할 수 있게 만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