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새 도매가 30% 올라" 돼지열병 확산…축산업계 '침통'

돼지 도매가 16일 1㎏당 4476원→18일 6030원
도매업계 "공급 물량 없어 가격은 폭등…소비심리 우려"
양돈업계 "ASF 인체 무해…평상시대로 소비하길"

18일 인천의 한 도축장 모습 (사진=주영민 기자)
경기도 파주와 연천 돼지농장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이하 ASF)으로 축산업계가 침통한 분위기다.

18일 평소 ASF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 파주시 돼지농장의 돼지를 받았던 인천 서구 모 도축장은 적막한 기운만 감돌았다. 이날 이곳에서 도축된 가축은 소 32마리가 전부다.

정부가 전날 타 지역으로 돼지 이동을 금지하는 '일시이동중지명령(Standstill)'을 내린 데 따른 결과다. 전날 이 도축장에서는 정부의 조치 이전에 반입된 소 25마리, 돼지 1056마리의 도축이 이뤄졌다. 이는 이 도축장의 평소 도축물량의 절반 수준이다.

돼지 물량이 갑자기 끊기면서 인근 축산 도매업계도 공황상태에 빠졌다. 공급 물량 급감과 소비심리 위축 사이에서 돼지고기 가격이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소비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정부의 돼지 이동제한 조치 등으로 공급량이 부족해져 가격이 폭등할 수 있지만 소비가 위축되면 반대로 폭락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지난 2003년 조류독감(AI) 국내 첫 발병 당시 닭고기 시세가 최대 80% 이상 떨어진 전례가 있다. 2011년 구제역 사태 때도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국내 축산업이 피해를 입었다.


돼지 도매가격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를 보면 지난 16일 1㎏당 4476원이었던 돼지(탕박) 도매가격은 전날 5749원으로 뛰었고 이날 6030원을 기록했다. 이틀 사이에 34.7% 오른 것이다.

도축장 인근 축산 도매업체 대표는 "17일부터 돼지 물량 반입이 없으니 가게 문 만 열어 놓은 상태"라며 "일부 도매점들은 비축한 고기도 안 팔고 사재기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다행히 아직까지 돼지고기의 소매가격은 큰 변동이 없다. 1주일가량 비축 물량이 있어 이번 사태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지 않는다면 단기간에 바로 가격이 오르는 현상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위기다.

소비자들도 당장 돼지고기 가격 변동보다는 장기적으로 국산 돼지고기 수급 문제에 더 신경써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인천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이아롬(33·여)씨는 "당장 돼지값이 오르는 것보다 사태가 커져 우리나라에서 돼지고기를 못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직격탄을 맞은 양돈업계는 정부의 초동대처가 비교적 원활하게 이뤄진 만큼 ASF의 전국 확산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ASF의 잠복기간을 고려해 아직 1주일 이상 더 지켜봐야 하지만 지난 16~17일 이후 발생 신고가 없는 점 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ASF가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고 바이러스는 익히면 사라지는 만큼 돼지고기를 안심하고 소비해달라고 양돈업계는 호소했다. 대한한돈협회 최성현 상무는 "ASF는 사람에게 무해해 돼지고기를 평상시와 다름없이 먹어도 전혀 문제가 없다"며 "감염된 고기는 유통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안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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