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버려진 자식인가" 박용만, 정치권에 직격탄

"요즘 우리 경제는 버려지고 잊힌 자식 같다"

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회장이 18일 정부·정치권에 경제, 민생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며 각종 법·제도 개정을 거듭 요청했다.

박 회장은 이날 전국상공회의소 회장 회의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요즘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모두가 총력 대응을 해도 헤쳐나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 상황인데 경제 이슈를 놓고 제대로 논의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며 "경제가 버려지고 잊힌 자식이라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경제는 국민의 살림살이이고, 이 살림살이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데 이보다 더 중요한 정치·사회 이슈가 과연 무엇인지 많은 걱정과 회의가 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주요 국가들의 무역전쟁, 일본의 수출규제, 사우디아라비아 유전 공격으로 인한 유가 폭등 우려 등 대외 리스크들을 하나하나 열거하면서 "이 자체로도 대단히 어려운데 우리 내부를 봐도 시원한 구석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상임금,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제도 등이 시대에 맞춰가는 변화이기는 하지만 이로 인해 기업들에 단기간 내에 원가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며 "각종 규제로 인해 손발이 묶인 상황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고, 정치도 계속 끝없는 대립의 연속"이라고 우려했다.

박 회장은 "대내외 요인이 한두 개만 쌓여도 상당히 힘든데 지금은 종합세트로 다가오는 상황 속에서 경제가 버려지고 잊힌 자식이 되면 기업은 과연 어떻게 살아가고 국민 살림살이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현재 내부에서 해야 할 일은 빨리해내서 대외적인 요인을 상쇄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국내 4대 대기업에 드는 삼성·LG, LG·SK가 상호 비방전을 하는 데 대한 질문에 박 회장은 "개별 기업 간 분쟁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원만하게 빨리 해결되길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대해서는 "사법부의 판단을 믿고 따르는 게 맞다"고 전제한 뒤 "삼성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갖는 상징성과 중량감을 감안해서 바라봐주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박 회장은 경제 상황에 대한 정부의 긍정적인 분석과 관련, "경제에는 여러 숫자가 있고 긍정적인 면을 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을 볼 수도 있다"며 "내용에서 상당히 우려가 강하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올해 성장률이 2% 초반대에 그칠 것이라는 연구기관들의 예상을 인용하면서 "OECD 국가 중 중간 정도 성적에 해당해 굉장히 빨간불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국가 재정으로 충당한 성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재정이 뒷받침하지 않았다면 성장률이 더 떨어졌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현재 (성장률에서) 민간 기여가 30%, 정부 기여가 70%인데 민간 기여가 낮으면 지속 가능성에 문제가 생긴다"며 "재정으로 떠받치는 것을 과연 얼마나 할 수 있겠는가. 긍정적으로 전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고용에 대해서도 "모처럼 긍정적인 숫자가 나와서 대단히 반갑지만 역시 고령층 고용 창출에 쏠려있고, 제조업이나 금융업 일자리는 감소해 개선세가 얼마나 갈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현재 국회 파행의 주된 이유인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와 관련해서는 "개인적으로도, 경제단체장으로서도 조 장관에 대해 언급하긴 적절치 않다"고 즉답을 피한 뒤 "이 이슈가 아니더라도 20대 국회 들어와서 제대로 열린 적이 있느냐"며 답답함을 재차 토로했다.

이어 "법과 제도를 바꿔서 경제의 물꼬를 빨리 터줘야 하는데 지나치게 막혀 있어서 다른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비슷한 성장에서도 우리나라만 고용 등 내용이 나쁠 수밖에 없다"며 "일본 수출규제 사태가 산업의 토양을 바꾸는 법·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전국상공회의소 회장 회의’를 개최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