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손꼽고 있는 제약산업이 이미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제약사들이 대형 제약사의 경우 글로벌 제약사를 보유한 일본에, 중소형 제약사는 공격적인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중국에 치이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학술정보 전문업체인 '클래리베이트'가 최근 아시아태평양지역 제약사 929개를 대상으로 신약개발 및 연구성과, 특허여부, 산학연 협력 실적 등을 조사해 '초기단계 협력', '신약개발', '성숙도' 등의 항목으로 혁신지수를 발표했다.
평가 결과 아태 지역 톱10 제약사에 한국 기업은 하나도 없었다. 일본 기업이 9곳으로 거의 싹슬이하다시피했다. 비 일본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호주기업 한 곳(CLS)이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기업은 한미약품(11위), 대웅제약(12위) 등 2곳만이 11~20위권에 올랐다. 이어 한독약품, SK, LG, 유한양행, 녹십자, 종근당 등이 20권에, 보령제약, 안국약품, 일동제약 등이 30위권으로 평가됐다.
한국기업들은 대체로 신약개발 항목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초기단계 협력과 성숙도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신약개발 항목은 개발중인 신약의 종류와 가짓수(파이프라인),임상시험 성과여부, 기술계약 성과, 독자개발 의약품 등을 성과를 주로 평가한다.
초기단계 협력은 대학이나 연구소 등 외부기관과의 연구협력이나 논문발표, 학문적 계약 성과 등을 따진다.
성숙도는 미국이나 유럽,일본,중국에서 인정받은 특허나 시판되는 약품의 숫자, 이들 지역 제약사와의 기술계약 여부 등을 들여다 본다.
결국 한국 제약사들은 복제약을 주로 생산하는 구조여서 신약개발 항목은 점수가 높지만 향후 혁신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산학협력, 성숙도 측면에서는 갈길이 멀다는 평가를 받은 셈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혁신적인 신약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중소제약사들의 평가 성적 좋지 않다는 점. 특히 중소 제약사 분야에서는 일본 뿐 아니라 중국의 기세가 대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태 지역 100대 중소 제약사 가운데 한국 기업은 9곳에 불과했다. 반면 중국은 무려 37곳이 이름을 올렸다. 일본은 25곳, 호주 13곳으로 나타났다. 인도마저 7곳으로 한국을 바짝 뒤쫒고 있다.
중국 중소 제약사의 경우 그 숫자도 많은데다 상위에 포진해 있다. 1~10위 기업 가운데 절반이 중국 기업(홍콩 1개사 포함)이다. 상위 25%의 30% 이상이 중국 기업이고 일본이 25%, 한국은 1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래리베이트는 아태지역 중소 제약사의 혁신 '표본'으로 중국의 '베이진(BeiGene)을 꼽았다. 베이진은 중국의 바이오테크 기업으로 면역항암 치료제 개발을 연구하고 있다. 중국 바이오테크 기업으로 처음으로 지난 2016년 나스닥에 상장했다.
클래리베이트는 중국 제약업계의 미래 R&D에 대해 '전도유망'하다고 총체적으로 평가했다.
클래리베이트는 "중국은 매년 33% 성장해 5년 뒤에는 세계시장 점유율이 16%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다국적 제약사들의 대 중국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정부의 지원"을 이유로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잇따른 기술수출 계약 취소, 임상시험 중단 사태를 예로 들며 '상업화'까지 신약개발이 성공해야 한국 제약업계의 R&D가 결실을 볼 것으로 진단했다.